오피니언 사외칼럼

[경제 현황 해법] <1> 경제 연구원장에게 듣는다

개방에 대한 자신감 갖자

90년대 초로 기억되는데 당시 미국은 한국에 슈퍼301조를 발동하는 등 강도 높은 개방공세를 가하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미국기업의 대한투자자유화를 놓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필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미국기업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국내시장을 독차지하지 않을까 하고 매우 걱정을 했다. 그래서 당시 상공부 차관보에게 가서 투자개방에 신중을 기해줄 것과 미국자본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건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 후에 벌어진 일은 미국기업의 국내시장 잠식이 아니라 반대로 투자가 너무 안 들어 와서 여러 가지 추가적인 투자 유인책을 강구해야만 했던 것이다. 산업경쟁력 향상 위해 필수 우리에게 외환위기는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불행한 사태였지만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형태의 외국인투자가 크게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국내총생산(GDP)의 2%에도 미달하던 외국인 직접투자비율이 8%를 상회하게 됐지만 아직도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 개도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외국 투자가들의 신뢰를 높이고 국내 규제를 합리화하면 최소한 GDP의 15%까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본다. 혹자는 외국인들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면 인력 감축 등 비정한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고배당으로 주주들의 주머니만 채워주면서 정작해야 할 투자는 등한시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기업이 어려워질 때 인력 감축을 포함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국내외, 미국ㆍ유럽을 막론하고 공통적이며 최근의 투자부진의 원인을 고배당으로 돌리는 것은 기업의 투자결정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더욱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혈안이 돼 있는데 유독 우리만 외국인 투자가 수반하는 부분적이고 지엽적인 부작용을 침소봉대해서 반대하는 것은 결코 옳은 태도가 아니다. 우리가 수입상품 때문에 국내 산업이 공동화되고 일자리를 외국에 빼앗긴 적이 있었는지 곰곰 되돌아보자. 일부 농산품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다. 농촌의 어려움을 전부 수입개방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것이 그 연유를 추적해보면 급속한 공업화로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의 공장과 직장ㆍ학교로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남은 인구는 고령화됐간 것이기 때문이다. 농업을 개방하지 아니했다고 우리가 밀ㆍ옥수수ㆍ콩 등을 자급할 수 있었겠으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가격이 얼마나 비싸졌겠는가를 생각하면 농촌정책은 수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국내 대책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제조업의 경우를 보면 개방정책을 통해서 수출주도 성장이 가능했음은 물론 자동차ㆍ캠코더ㆍ전기밥솥ㆍ컬러 텔레비전 등 수많은 제품들이 오히려 경쟁력이 더욱 높아진 사례는 많지만 수입피해의 사례는 적다. 제조업의 어려움은 고임금, 국내 규제 등에 밀려서 기업들이 해외로 밀려나기 때문임을 새삼스럽게 확인해야 한다. 서비스 개방의 피해는 크다. 그러나 그 피해는 선진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관광ㆍ교육ㆍ의료 서비스를 소비하러 해외로 나가고 우리 기업들이 고가의 법률ㆍ경영자문 서비스를 해외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연간 130억달러의 적자가 나고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부작용 우려로 미뤄선 안돼 그 원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서비스산업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며 보호하면 할수록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므로 개방해서 선진 업체들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개방은 제도의 도입까지 포함한다. 제도발전이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이므로 선진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게 고쳐서 활용하지 않으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개방의 이익은 크고 피해는 작다는 것을 계량모형이 아니라 우리의 체험으로 증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인 부작용을 걱정해서 머뭇거리면 그만큼 우리는 뒤떨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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