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뉴스 포커스] 경제팀 교체기… 정책 골든타임 놓칠 판

쌀 관세화·車연비·저탄소차협력금 등 혼선 도 넘어

"아무도 총대 안 메"… 박근혜 대통령도 "정말 실망" 질책


"세월호 참사 이후 경제팀 개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정부 간 정책조정 업무가 엉망이 됐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탄소차협력금 문제 등 각종 현안을 조율하기 위해 막판까지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부총리의 영(令)이 서질 않더군요." (기획재정부 관계자)

정부 경제팀 교체를 앞두고 각종 경제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움츠러든 소비심리, 불안한 대외경제 환경, 살아나지 않는 고용 등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 같은데 각 부처는 '밥그릇 싸움'을 벌이거나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느라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쌀 관세화(시장개방) 문제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쌀시장 개방 문제를 논의했으나 최종 입장 발표는 또다시 연기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원론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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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개방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에도 민감성을 이유로 차일피일 개방선언을 미루고 있다. 주무부처 수장인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올해 초부터 "6월까지 개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스스로 정한 데드라인을 다시 한번 어긴 셈이 됐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해 말까지 정부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국회 공청회 일정 때문에 발표시기를 미뤘다"고 밝혔지만 결국 7·30재보선을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정부가 입장발표 시기를 미룰수록 수입쌀에 물리는 관세율 공론화나 쌀시장 개방에 대비할 농민들의 시간적 여유도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이 문제를 맡은 농식품부나 산업통상자원부 어디에서도 "책임 지겠다"고 손을 들고 나서는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자동차 연비를 둘러싼 혼선은 경제팀 컨트롤타워 부재가 초래한 참극인 동시에 정부 간 협업을 의미하는 '정부3.0시대'를 무색하게 한 단적인 사례다.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쌍용자동차 코란도 연비에 대해 산업부는 '적합' 판정을 한 반면 국토교통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렸고 중재를 맡은 기재부는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토부는 지난 26일 두 회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결정해놓고 이제 와서 당정협의를 통해 오는 10월 중 연비기준을 통합하겠다고 해 자동차 회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에 따라 애꿎은 자동차 업계는 연비과장 시비 속에 수천억원대의 소비자 집단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 기재부는 당초 과징금이라도 물리지 말자는 중재안을 내놓았으나 국토부가 강력히 반발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에서는 "국토부가 법적 근거도 없는 일을 밀어붙인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경제부총리실에서 조정기능을 강화했는데도 이런 (혼선을 빚는)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환경부와 산업부가 다툼을 벌이는 저탄소차협력금제 역시 정책실종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아무도 뚜렷한 방침을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동차 업체의 불확실성만 커지는 상황이다. 저탄소차협력금제를 내년부터 시행하면 자동차 업체의 국내 판매대수가 4.5%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산업부 측 연구 결과에 대해 환경부는 "과장됐"고 맞서고 있다.

정부가 추진 입장을 정해놓고도 눈치만 살피는 '종교인 과세'나 '담뱃세 인상'도 마찬가지 문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는 누구도 총대를 메고 나설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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