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백년기업을 키워라] <4> 기술력이 답이다

R&D가 영속기업 열쇠… 월드퍼스트 넘어 월드베스트로 가야<br>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 등 앞선 기술로 글로벌 톱 굳혀<br>기존 주력사업 한계 극복할 신사업 발굴·육성에도 박차<br>규제 풀어 융복합기술 지원…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시급


포스코는 지난 6월 세계적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뽑혔다. 앞서 WSD가 올해 2월 발표한 세계 철강사 경쟁력 순위에서도 1위는 포스코의 차지였다. 포스코는 2010년 이래 경쟁력 순위에서 6번 연속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 같은 포스코의 성과는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매진한 결과 자동차 강판, 에너지 강재 등 '월드퍼스트ㆍ월드베스트'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탑 철강사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세계 시장을 제패한 국내 기업들의 비결은 단연 독보적인 기술력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기업 간 부침이 심한 환경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 확보가 100년 영속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기술력 기반 퀀텀점프로 세계 1위 굳힌다=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에 들어갔다. 이 제품은 기존에 단층으로 적용되던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품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경쟁사들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확보하게 됐다.

국내 조선업계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 세계시장에서 발주된 드릴십을 싹쓸이 수주했다. 드릴십은 대당 가격이 5억~6억달러에 이르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품질경영을 강화해 세계 5위의 자동차업체로 성장한 현대자동차는 자동차용 첨단소재 개발을 위해 1조1,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퀀텀점프(대도약)를 통해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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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0대 그룹은 올해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 투자에 총 29조4,000억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는 30대 그룹의 지난해 R&D 투자보다 13.8% 늘어난 것이다.

◇현실 안주 말고 신사업 기술개발 매진해야=기업이 장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핵심적인 기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갈수록 기술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어 한 순간 방심했다가는 경쟁업체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의 장수를 위해서는 환경과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미래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성공의 틀에 안주해 미래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 실패하면 한 순간에 도태된다는 사실은 1990년대 후반 한보ㆍ진로ㆍ해태 등 수많은 대기업들의 몰락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기존 주력사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할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은 자동차용 전지, 태양전지, 바이오, 의료기기 등을 미래 신사업으로 선정해 육성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수소연료전지차ㆍ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미래 자동차 시장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 제패에 만족하지 않고 심해저에서 원유나 가스를 생산ㆍ저장하는 데 필요한 시설을 만드는 서브시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태윤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산업팀장은 "미국에 100년 이상 된 기업이 많은데 대부분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라며 "R&D 투자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장기적인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인 만큼 한국형 오너 경영의 장점을 살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장기 기술 개발 투자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술개발 지원할 인프라 구축도 필요=전문가들은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 노력은 물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인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대기업과 전자ㆍ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 편중된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정부는 R&D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혜택을 제공하고 기업들이 가치사슬 안에서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R&D를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기술과 사업의 융복합이 중요한데 관련 규제가 너무 많다"면서 "규제를 제거해 새로운 융복합 기술이 나오도록 하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업들은 정부의 세제 개편 방안에서 투자세액공제가 대폭 축소돼 기업의 R&D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R&D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현행 10%에서 대기업은 3%, 중견기업은 4%, 중소기업은 5%로 각각 축소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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