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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주택담보대출 노이로제

[특파원칼럼] 주택담보대출 노이로제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노이로제’에 걸렸다. 비록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3%에 약간 못 미치는 2% 후반대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가 ‘완만한 경기둔화’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경제 채널인 CNBC는 뉴욕 주식시장이 서브프라임 부실의 원인 제공자였던 뉴센추리파이낸셜 사태 이후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서브프라임 부실의 문제점과 향후 파장에 대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중 조명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주택경기 활황으로 콧노래를 불렀던 주택담보대출 수요자들이 서브프라임 부실로 집을 압류당하거나 길거리에 나앉게 된 애달픈 사연들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소개되는 일이 많아졌다. 마치 지난 2002~2003년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해 가정 파탄을 초래하고 금융시장 혼란을 야기했던 한국의 ‘신용카드 대란’을 재현시켜놓은 듯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대출자인 모기지 업체와 수요자인 서민들, 문제의 심각성을 방관했던 금융 당국 등 3자가 모두 공범(共犯)이라고 볼 수 있다. 주택 가격 거품 경고가 간간이 터져나왔지만 모기지 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묻지마 대출’에 나섰고 모기지 업체들은 개인신용, 소득 내용 등 증명서도 확인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대출신청서에 고무도장을 찍기에 바빴다. 금융 당국은 소를 잃고 난 지금에서야 외양간을 고친다며 금융 규제를 강화한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집값이 떨어지고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빚어진 당연한 결과다. 10년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의 거품이 걷히기 시작했고 2004년 1.0%였던 연방 기준금리는 5.25%까지 뛰어올랐다. 그동안 5~6%의 금리를 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신봉했던 서민들은 이제는 10% 이상의 고금리에 허탈해 하고 있다. 글로벌 집값 상승의 동조화 현상 속에서 한국 집값도 많이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이 집값 상승의 일등 공신이었음은 물론이다. 정부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집값을 떨어뜨리면 떨어뜨릴수록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험이 높아지는 정책 모순에 빠져 있다. 한국은행도 마냥 금리 동결을 지속할 수는 없으며 과다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긴축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문제 없다’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지 말고 다양한 상황 변수의 가상 시나리오를 적용해 대책을 마련하는 겸손함이 절실히 요구된다. 입력시간 : 2007/03/2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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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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