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 우려에서 촉발된 신흥국의 자금이탈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를 놓고 신흥국 중앙은행과 연준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들은 국제공조를 촉구하는 반면 연준은 신흥국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를 일축하고 있는 상태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각국 통화 당국자 등 전문가들은 24일(현지시간) 폐막한 연례 잭슨홀 미팅에서 출구전략이 신흥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협력 확대 등 대응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출구전략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의 손발이 맞지 않는다면 불안정한 상태가 심화될 수 있다"며 "통화당국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라빈 고단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신흥국이 처한 문제는 미세조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주요20개국(G20) 등 각국이 환율 변동성을 안정시킬 새로운 틀을 구축하는 등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앞서 23일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출구전략의 역풍을 경계하며 각국의 통화스와프 협정 등 공동 방어선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특히 아직은 출구로 돌진할 때가 아니라며 선진국의 비전통적 양적완화 지속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출구전략의 키를 쥔 연준 인사들은 "신흥국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오로지 미국의 국익에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타국은 (출구전략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각국의 여건에 따라 알아서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연준은 신흥시장 환율 변동성만을 배려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최우선 목표는 어디까지나 미국 국내 경제"라고 못박았다. 테런스 체키 뉴욕 연방준비은행 상임부총재 역시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끼치는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절대적 방법은 없다"며 "국제공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신흥국의 요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신흥시장 자금이탈을 방어하고 출구전략 충격을 줄이기 위한 국제공조체계 형성은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헬렌 레이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잭슨홀 미팅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국내 경기목표와 상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흥국을 위한 정책적 배려를 하기 어렵다"면서 "주요 중앙은행들이 국제적 협조체계를 갖추기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장피에르 랑도 전 프랑스 중앙은행 부총재도 "출구전략으로 말미암은 국제적 유동성 흐름을 효율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면서 "이는 현실적으로 통화정책 공조보다는 금융규제 강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