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불지만 인문학자들은 크게 기쁘지 않다. 오히려 걱정되기까지 한다.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가 내놓은 '인문학은 밥이다'도 현 세태에 대한 인문학자의 진지한 고찰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낡은 질문을 던진다. 인문학이 밥이 되냐고, 떡을 주냐고. 그 물음에 인문학은 어떻게 대답해 왔는가. 그 동안은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사냐'고 반문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만족스러운 답도 아니다. 단순 제조업과 저임금의 시대를 통과한 지금, 인문학의 대답은 달라질 것이다. 달라져야 한다. '인문학은 더 맛있는 밥, 더 몸에 좋은 떡을 준다'로."
프롤로그에 제시된 위의 말에 이 책의 주제가 함축돼 있다. 저자는 최근의 인문학 열풍이 인문학의 진짜 매력을 발견하고 인문학을 제대로 활용하는 데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길 희망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과거 제조업의 시대에서는 인문학 없이도 사회적ㆍ경제적 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이 상징적으로 구현했듯 이제 더 이상 단순 복제 방식과 지식으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이 책이 전면에 내세우는 '인문학이 밥이다'라는 명제는 정말 인문학이 '밥'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선언, 그리고 밥이 되는 인문학은 어떤 학문인가에 대한 모색을 내포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철학ㆍ종교ㆍ심리학ㆍ역사ㆍ과학ㆍ문학ㆍ미술ㆍ음악ㆍ정치ㆍ경제ㆍ환경ㆍ젠더 등 총 12개 인문학 분야에 걸쳐 입문자들이 꼭 알아야 할 맥락과 배경지식을 담았다. 또한 각 학문이 추구해야 할 사회적 목적에 대한 제언도 덧붙이고 있다.
'1부. 마음의 깊이를 더하는 인문학'에서는 어떻게 살 것인가, 죽음 다음에 무엇이 있을 것인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인류 보편의 질문들에 대해 각각 철학, 종교, 심리학의 힘을 빌려 답하고 있다. '2부. 진보하는 인류와 인문학'에서는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끌어온 역사와 과학의 사건들을 생생하게 그렸다.
또 '3부. 감성을 깨우는 인문학'은 "인문학은 성숙한 사람이 되는 방편이어야 한다"는 기치 아래 생각의 범위를 넓혀주고 우리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분야로서 문학ㆍ미술ㆍ음악을 다룬다. '4부. 인문학은 관계맺기다'에서는 "너와 나,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위한 인문학"을 논했다. "피해를 입지 않는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가 실현된다"는 고대 그리스의 개혁과 솔론의 말을 되새기며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가운데 거버넌스(협치) 등 새로운 정치개념을 소개한다. 값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