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중은행들이 과거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통해 빌렸던 막대한 자금을 조기 상환할 것이라는 소식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평가다. 지난 2011년부터 ECB는 역내 위기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총 1억유로를 3년 만기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1ㆍ2차 LTRO를 시행했다.
ECB는 1차 LTRO의 첫 상환이 시작되는 오는 30일 유럽 278개 은행이 총 1,370억유로의 LTRO 대출금을 갚을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1차 LTRO(4,890억유로)의 4분의1 이상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00억~1,000억유로를 훌쩍 뛰어넘는다. 유럽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되면서 은행들이 비상용으로 쌓아뒀던 자금으로 빚을 대거 갚고 있다는 뜻이다. 비토리오 그릴리 이탈리아 재무장관도 "LTRO 상환은 금융시장이 풍부한 유동성과 자신감에 넘치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2009년에도 골드만삭스 등 미국 금융사들이 한해 전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부실자산구제 프로그램(TARP)를 조기 상환한 후 이를 신호탄으로 금융시장이 빠르게 회복된 바 있다. 특히 조기상환 은행의 3분의1 가까이가 은행권 부실에 시달리는 스페인 은행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씨티그룹의 한 애널리스트는 "경영여건이 건전한 북유럽 은행뿐 아니라 유로존 내 위기은행까지 이번 조기상환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상당수 은행은 LTRO로 받은 자금을 굴릴 데가 없어 조기 상환하려는 것으로 보여 유럽 은행 및 금융시장의 완전한 회복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160억유로의 LTRO 중 100억유로를 상환하려는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지난해 LTRO 자금을 비슷한 금리를 유지하는 독일 중앙은행에 그대로 예치해 수수료ㆍ물가상승률 등으로 7,500만유로의 손실을 봤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또한 스페인 은행들의 조기상환은 자신들이 건강하다는 신호를 주려는 의도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