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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에만 한국에서 7억5,000만 달러 어치의 부품을 구매했어요. 지난해에는 총 9억 달러어치를 구매했는데 이보다 40%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화웨이의 폭발적인 성장이 삼성·SK하이닉스·LG와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하는 셈입니다."
켈빈 딩((Kelvin Ding·36) 한국화웨이 대표는 12일 서울 중구 올리브타워 본사에서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정보산업부장과 대담을 갖고 중국 기업인 화웨이의 성장이 한국 경제에도 보탬이 된다며 이같이 소개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인 한국기업이 품질·가격 면에서 양호해 주문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딩 대표는 "한국 제품 중 칩·스크린이 우수하다고 평가한다"며 "반도체는 물론 통신기자재 부품에도 관심이 많아 본사와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1987년 중국 남부 선전에서 설립돼 현재 17만 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있다. 유·무선 네트워크·휴대폰 단말기·기업 ICT 솔루션 등을 해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20.6%, 32.7%씩 증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2년 처음 진출한 뒤 2007년 법인을 설립했으며, 중국 기업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자 애써 왔다. 법인 설립 때만 해도 2명에 불과했던 직원이 지금은 200명을 넘겼고,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공대생들에게 매년 총 1억원씩 장학금도 지원한다. 딩 대표는 나이지리아와 서아프리카 총괄 COO(Chief Operating Officer·업무최고책임자)로 있다가 2년 전 한국 법인장으로 왔다. 그는 "한국에서 처음 10년 간은 통신사만을 주 고객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한국의 모든 기업과 5,000만 국민까지 고객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과 보안 문제 우려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딩 대표는 "화웨이 장비는 유럽·일본 등 웬만한 선진국은 물론 전 세계 20억 명이 아무 문제 없이 잘 쓰고 있다"며 "ICT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품질이 좋다는 것을 아는데 상당수 한국 공공기관과 일반 사람들만 중국 업체를 바로 보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화웨이는 지난해까지 3만8,825건의 국제특허를 승인받은 특허기업으로 다른 중국 기업과는 또 다르다"고 말했다.
딩 대표는 ICT 영역의 세계 1위가 되는 게 목표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일단은 생존 그룹 안에 드는 게 결국 승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딩 대표는 앞으로 1~2년 내에 애플, 삼성, 화웨이 등 3~5개사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샤오미폰에 대해서는 특허침해 문제가 있어 수출이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딩 대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금 같은 이익률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1~2년 내에 애플이 지금의 위상이 흔들리고, 애플 이외 안드로이드 업체 가운데 일부도 도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에는 규모가 크고 품질이 좋으며 혁신적인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화웨이폰은 뛰어난 성능과 감각적 디자인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한국 이동통신사들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공들이고 있는 차세대(5G) 통신 국제 표준 작업에 대해서는 "특정 업체가 표준을 주도하면 실패할 것이고 같은 표준 아래에서 누가 더 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화웨이는 2G·3G까지 따라가는 입장이었으나 4G를 거쳐 5G부터는 세계 최고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