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가경품경쟁] 제조.유통사 벼랑끝 고육지책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고객이 아예 찾질 않는걸 어떻게합니까』과열 경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백화점 업계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내뱉은 말이다. 소비심리가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소규모 경품이나 적은 비용의 아이디어 판촉으로 고객유치에 나선 유통업체들이 이제는 한계상황에 처했다. 웬만한 판촉행사로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유통업계 판촉 담당자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해도 주요 유통업계의 경품으로 등장했던 휴대폰이나 삐삐는 이제 경품 대접을 받지도 못한다. 동네 편의점에서 1,000원 안팎의 물건만 사도 거저 나눠주다 시피하는 제품이됐으니 경품 가치를 상실한 것은 당연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객을 잡기위한 유통업계의 판촉 수단도 강도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됐고 결국은 아파트 경품이라는 사상최대의 경품 경쟁에 돌입하게됐다. 과거 한두대 정도의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면 고객의 관심을 끌었지만 요즘은 한꺼번에 50대정도는 경품으로 나와야 눈길이 간다. 이같은 경품 행사는 고객 유치에 분명 효과가 있다. 롯데백화점이 내걸은 29평형 아파트 경품 행사에는 무려 98만명이 몰렸다. 신세계 백화점의 아파트 경품에도 40만명이 몰리는 등 고객 유치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객이 몰린다고 매출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공개 경품에 나선 기업들도 과거와는 달리 경품응모 자격을 구매 고객으로 굳이 제한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떨어져 나가는 고객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은 경품 행사가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매출로 직결되는 효율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업계에서도 잘 알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최후의 마케팅 수단이란 얘기다. 이런 심정은 제조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겨울 성수기를 앞둔 의류 패션 업체들도 이달들어 일제히 경품 행사에 돌입했다. 러시아 여행권에서부터 경승용차, 각종 가전제품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막바지 특수잡기에 나서고 있다. 예년 같은면 입사를 앞둔 사회 초년생들의 신사 정장 특수, 결혼 예복 특수 등으로 덕을 톡톡히 봤어야할 의류업체들이 심각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주류업체와 식품 업체들도 덤으로 하나 더 주기 행사나 무료 증정 행사등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 녹이기에 나서고 있다. 심각한 내수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판촉 경쟁도 최근들어 경품행사도 치닫고 있다. 삼성자동차가 박세리 마케팅의 하나로 내년 미 LPGA에서 박세리 선수가 우승했을때 SM5 100대를 추첨을 통해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경품액수만도 12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경품이다. 현대자동차는 이에 맞서 금강산 관광을 경품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백두산 관광을 경품으로 제공한 바 있는 현대자동차는 금강산 관광이 실현됨에 따라 이를 새로운 경품으로 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사회 전반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이처럼 과열 경품행사로 치달을수 밖에 없는 것은 유통업체나 제조업체 모두 벼랑끝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훈·문병언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