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고용세습 명문화’를 단체협상 안건으로 공식 인정한 데 대해 재계와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중노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재계 및 주요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반기업 조치”라며 “기업경영의 자율성이 침해돼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기업들은 “SK㈜가 조기 퇴직근로자 자녀의 입사 편의를 절대 수용해서는 안되며 중노위 중재안을 거부하거나 고용세습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시민들 역시 인터넷 게시판에 중노위 중재안을 비판하는 댓글을 잇따라 올리며 고용세습의 길을 터준 중노위 조치에 거세게 항의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25일 “중노위나 지방노위는 원래 노사갈등 국면에서 노조의 편을 많이 들어줬다”며 “단체협상 대상에 고용세습을 공식 안건으로 만들었다는 데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는 중노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하고 노조 측이 이를 이슈화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의 이 같은 반발은 고용세습이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천봉쇄해 자칫 노사 모두 공멸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기업인 S사의 한 관계자는 “조기 퇴직자 자녀를 입사시키라는 것은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노조의 고용세습 요구는 구조조정을 막으려는 고도의 노림수”라고 지적했다. 한 외국계 엘리베이터 업체 임원도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기업들에 경영활동에 제한을 가해 위축되고 경직된 인력수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용세습은 기업이 원하는 우수 인재를 뽑는 길을 좁혀 기업 역량을 훼손하는 경영권 침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조선사의 인사담당 임원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왕성한 기업가 정신을 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인재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유능한 인재를 뽑는 글로벌 인재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고용세습을 하라는 것은 얼토당토않다”고 말했다.
이번 중재결정을 계기로 여타 사업장에서 고용세습 요구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았다. 김정태 경총 상무는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다른 대기업 노조들이 비슷한 요구를 해올 경우 기업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노동귀족으로 불리는 대형 사업장의 고용세습이 사업장 또는 사회 각 계층간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인 H사 인사담당 임원은 “대기업의 퇴직자 자녀 입사 편의제공은 시장질서를 해치는 것은 물론 신규채용의 공평성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