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족과 「버거킹」 햄버거 집에 갔다가 문 앞에 「햄버그를 하나 사면 포케몬 카드를 하나 준다」는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58개의 포케몬 동물 카드를 다 모으려면 햄버그를 58개 사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일본에서 만들어져 지금 미국을 휩쓸고 있는 포케몬 게임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4살 이상의 어린이를 가진 부모 치고 이 포케몬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포케몬 카드를 다 모으려면 수백 달러가 든다. 서점에서는 아예 모든 동물 카드가 종류별로 다 있는 카드를 묶음으로 팔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공부는 안 하고 이 포케몬에 빠져 있다. 서로 포케몬 자랑을 하는 바람에 포케몬이 적거나 없는 아이들이 소외감까지 느낀다. 또 포케몬 때문에 아이들이 칼로 친구를 찌른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초등학교는 대부분 아이들이 포케몬을 학교에 가지고 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포케몬은 일본에서 사토시 타지리라는 젊은이가 만들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이 나이 세대는 어릴 때 논두렁이나 개울에서 벌레나 개구리를 잡곤 했던 모양이다. 타지리는 어릴 때 개울이나 숲에서 벌레와 곤충을 잡아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이런 논두렁이나 개울이 모두 없어졌다.
대학가는 것은 관심 없고 오직 전자 오락에만 미쳤던 타지리는 2년제 전문대학에서 기술을 배웠으며, 어릴 때 재미로 모았던 곤충이나 벌레를 어떻게 전자 오락으로 만들까 몇 년 동안 궁리하다가 포케몬을 개발했다. 포케몬(POKEMON)은 「POCKET(주머니)+MONSTER(괴물)」를 합친 말로, 결국 주머니에 곤충을 모았던 타지리의 어릴 때 추억을 담은 게임이다.
버거킹이 아이들을 유혹하려려고 포케몬 카드 만드는데 쓴 돈만 2,200만 달러다. 닌텐도가 미국에 내놓은 포케몬 게임만 98년 가을에 이미 10억 달러 넘게 팔렸다.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일부 미국 언론인이나 교육자들은 포케몬과 같은 일본 문화 수입을 위험하게 보고 있다. 이러다가 미국이 일본의 문화 식민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학부모나 아이들, 관련 회사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많이 팔아 돈을 벌어볼까 궁리만 하고 있다. /JUNG@CBL.UMCES.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