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의 강력한 대출규제 조치의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급속히 둔화하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 무서운 기세로 증가세를 보였던 시중 유동성이 올해 1월에는 4,000억원 줄어 1년10개월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078억원에 그쳐 지난해 1월의 2,097억원 증가 이후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3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적용을 앞두고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가수요마저 완전히 실종됐음을 의미해 당국의 규제가 부동산 관련 대출 수요를 급랭시킨 것으로 여겨진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1월 2,109억원 감소에서 2월에는 1조8,812억원 증가로 돌아섰는데 이는 새 학기를 앞두고 학자금 대출이 9,000억원가량 증가한 게 주요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위축되자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2월 중 중소기업대출은 4조7,183억원 증가했다. 이는 1월 증가액 2조7,922억원보다 2조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한편 이날 한은이 발표한 ‘1월 중 광의유동성(L) 동향’에 따르면 1월 말 광의유동성 잔액은 1,83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조원 감소했다. 이처럼 광의유동성이 감소한 것은 2005년 3월의 4조원 감소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이다. 광의유동성은 지난해 9월 이후 월평균 20조원 이상 급증하는 등 가파른 속도로 늘어왔으나 1월에는 급등세가 한풀 꺾였다. 특히 금융기관 유동성(Lf) 잔액은 1월 중 3조1,000억원이 줄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광의유동성 증가율은 11.0%로 지난해 12월의 11.2%보다 증가폭이 둔화됐다. 이는 당국의 부동산 대출 규제와 지급준비율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1월 부가가치세 납부와 월말 결제자금 수요가 중첩된 요인도 커 1월 한달 통계만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었다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