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을 시험한 대회였다.”
비에 젖은 제109회 US오픈골프대회 우승은 결국 닷새간의 경기 지체와 막판 중압감을 참고 견뎌낸 루카스 글로버(29ㆍ미국)의 몫이었다.
글로버는 2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코스(파70ㆍ7,445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4개로 3타를 잃었지만 생애 처음 메이저 대회 우승트로피에 이름을 새겨넣는 감격을 누렸다. 최종합계 4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2위 필 미켈슨, 데이비드 듀발, 리키 반스(이상 2언더파ㆍ미국)를 2타 차로 따돌렸다.
“긴장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16ㆍ17ㆍ18번홀에서는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결국 좋은 샷을 했다”고 밝힌 그는 “대회 기간 내내 인내심을 잃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은 결과로 안정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며 참을성을 우승의 원동력으로 내세웠다.
예선전을 거쳐 이번 대회에 출전한 글로버는 지난 2005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후나이클래식 우승 경력이 있지만 메이저 대회 최고성적이 2007년 마스터스 20위인 평범한 선수였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135만달러를 받은 그는 71위였던 세계랭킹이 18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상금랭킹도 9위(265만달러)가 됐다.
전날까지 반스와 함께 3타 차 공동 선두를 달렸던 글로버는 이날 전반에 3타를 잃었고 15번홀(파4)에서도 보기에 그치며 미켈슨, 듀발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하지만 16번홀(파4)에서 1.5m 버디 버트를 홀에 떨궈 안정감을 되찾았고 경쟁자들의 실수까지 겹치면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전 세계랭킹 1위 듀발은 14~16번홀 3연속 버디를 잡았지만 17번홀(파3)에서 1m 파 퍼트가 홀을 돌아나오는 바람에 경쟁에서 탈락했고 13번홀(파5)에서 이글을 뽑아낸 미켈슨도 17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US오픈 통산 5번째 준우승에 그쳤다.
대회 2연패와 통산 15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노렸던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1타를 줄였으나 합계 이븐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사상 첫 ‘4대 메이저 2연패’ 기록 달성이 좌절된 우즈는 “(최근 우승했던) 메모리얼대회 때처럼 쳤지만 불운하게도 우승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앤서니 김(24)은 3오버파 공동 16위, 최경주(39ㆍ나이키골프)는 12오버파 공동 47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