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29일(현지시간) 뉴욕 제2항소법원에 제출한 새 채무지불 계획에서 개인채권자에게 2038년에 본래의 채권가치 전부를 지불하는 새 채권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기관투자가에는 2033년 만기 채권을 주되 본래 채권가치의 66%를 깎아서 주겠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부통령인 아마도 보우도우는 "이는 2010년 채무조정 당시에 제시한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는 2002년 1,000억달러 규모의 채무를 갚을 수 없다고 선언한 후 2005년과 2010년 채권자의 92%와 협상을 통해 채무규모를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헤지펀드인 엘리엇과 아우렐리우스캐피털은 협상에 참가하지 않은 채 투자금 모두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고 지난해 11월 뉴욕연방법원은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 아르헨티나에 13억3,0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바로 항소해 29일까지 새 채무계획안을 제출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채권자들은 물론 법원까지도 아르헨티나 정부의 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전문가를 인용, 이번 아르헨티나의 안은 1달러당 채무를 기존의 33센트에서 오히려 22센트로 더 삭감했다고 분석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아르헨티나가 내놓은 안은 법정에서 코를 파는 것과 같이 모욕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원은 평가를 거쳐 수주 내에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이지만 아르헨티나가 실망스러운 계획안을 내놓은 데 대해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코티아뱅크의 이머징마켓 국채 부문 책임자인 조 코건은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비협조적 행보를 보였다는 뉴스에 1일 아르헨티나 국채가격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법원이 이번에도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줄 경우 아르헨티나는 채무 만기 상환이 일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기술적 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판결이 대법원까지 갈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법원마저 아르헨티나에 지불을 명령할 경우 아르헨티나 디폴트에서 멈추지 않고 전세계 채무조정 판례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자의 3분의2가 헤어컷에 동의했다며 전체 채권자에 헤어컷을 적용한 그리스는 줄소송에 직면해 사태가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