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주식대차잔액이 급격하게 늘면서 공매도 주의보가 다시 퍼지고 있다. 코스피가 대형주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 좀처럼 힘을 펴지 못하는 가운데 불어난 대차잔액이 공매도로 이어질 경우 지수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통상 대차잔액은 연말에 감소했다가 1월에 증가하는 계절성을 갖고 있지만 최근 증가폭은 과거에 비해 너무 가파르다"면서 "장외에서 주식을 대여·상환하는 거래인 대차거래와 빌려온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하는 공매도는 상호 연관 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일평균 거래량에서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이나 전체 상장주식 대비 대차잔액 비중이 많은 종목은 되도록 피해가라는 얘기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감소 추세를 보였던 코스피 대차거래잔액이 1월부터 다시 급격하게 늘고 있다. 대차잔액은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공매도 거래에 주로 활용되는데 이 잔액이 증가하는 것은 앞으로 주가가 더 내릴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5일 43조3,084억원까지 증가했던 대차잔액은 연말에 37조6,009억원까지 내려갔다. 주로 연말에 배당이나 주주총회 의결권을 받기 위해 주식 대여자가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차잔액은 1월3일 38조1,719억원으로 상승한 뒤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전날 기준 41조4,311억원까지 불어났다. 보름 새 지난해 말 고점 대비 95% 수준까지 회복된 것이다. 대체잔액이 늘자 실제 코스피 종목의 평균 공매도 금액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평균 공매도 금액은 지난해(12월1~12월30일)의 경우 1,725억120만9,000원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지난 14일까지 2,697억5891만원으로 56.38% 늘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차잔액이 모두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둘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과거 연초 대비 대차잔액 증가율과 비교해봐도 최근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가파르다"고 말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계절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대차잔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은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계속 1,910선에 머물 만큼 지수 레벨이 많이 떨어진 상황임에도 대체잔액이 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차잔액이 급증하는 구간에서는 최근 공매도 비중이 높거나 대차잔액이 많은 종목은 되도록 피할 것을 당부했다. 공 연구원은 "공매도가 한 번 일어나면 지속성을 갖는 특성을 감안할 때 최근 공매도 비중이 크게 늘어난 종목, 대차잔액이 많아 공매도 가능성이 큰 종목은 투자 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14일까지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종목은 BGF리테일(027410)(38.70%), 현대리바트(079430)(35.76%), DGB금융지주(139130)(35.55%), 한화생명(088350)(33.92%), 경동나비엔(32.27%), GS리테일(007070)(29.73%), 쌍용차(27.23%) 등의 순이다. 전체주식 수 대비 대차잔액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는 삼성엔지니어링(028050)(28.44%), 코스맥스(192820)(25.86%), 현대미포조선(010620)(21.88%), OCI(21.33%), 한진중공업(097230)(18.89%), NHN엔터테인먼트(181710)(18.8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