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지난 1997년 국제금융기구(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무려 12년 동안 1인당 국민총소득(GNI) '1만달러 시대'에 머물렀다. 2006년 2만달러를 돌파한 직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다시 성장세가 주춤했다. 10년이 지난 올해 간신히 3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두 번의 경제위기 여파로 3만달러 시대 진입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을 흘려보낸 셈이다.
우리 경제의 4만달러 시대는 언제 열릴까. 학계와 재계·관계 10명 중 7명은 10년 이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대로라면 늦어도 오는 2025년이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인구 5,000만명을 돌파한 국가인 '40-50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는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제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신성장산업을 육성하는 등 무너진 성장 기반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응답자 56.4% "2020~2025년 40-50클럽 가입"=서울경제신문이 학계와 민간 전문가, 공무원 등 오피니언 리더 1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명 중 1명꼴인 56.4%가 2020~2025년에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2020년 이전이라고 답한 비율 17.3%를 포함하면 전체의 73.7%가 10년 이내에 40-50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2025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26.3%였다.
문제는 최근 들어 그동안 감춰져 있던 압축성장의 부작용이 터져나오고 있고 고령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전문 경제기관도 2018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40-50클럽 가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장잠재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1%나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성장 기반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8%가 '경제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면서 우리 경제가 제2의 삼성전자가 나오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후진적 정치문화' 탓이라는 응답은 24.6%, '점증하는 사회갈등'과 '빈부격차' 때문이라는 대답은 각각 17.1%, 8.5%였다.
◇비리 정치인 소환제도 필요…양극화 해소해야=40-50클럽 도약을 위해 응답자들이 첫 번째로 꼽은 경제 분야 선결과제는 '고부가가치 제조업 도약(28.8%)'이었다. 우리 경제의 주력인 수출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갈수록 줄어드는 만큼 산업의 질적 발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사물인터넷(IoT) 등 신성장산업 육성(27.9%)' '서비스산업 활성화(21.6%)' '벤처 등 중소기업 전략적 육성(18.0%)'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후진적 분야로 꼽히는 정치 분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비리·무능 정치인 소환제도 마련'을 선택한 응답자가 46.3%에 달했다. 정치인 퇴출을 정치개혁과제 1순위로 꼽은 것은 정치 불신의 골이 그만큼 뿌리 깊고 광범히 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른 과제로 '개헌을 통한 권력 분산'을 22.2%,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과 '정당 중심의 정치문화 정착'을 각각 15.7%가 선택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사회문화적 양극화와 차별 완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답변이 64.0%로 압도적이었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삶의 질 향상, 다문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답변은 11~12%대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40-50클럽에 가입한 후에도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응답이 58.6%로 가장 많았다. 양극화와 사회계층 간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응답은 29.7%였고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는 대답은 11.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