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총선정국 또 다른 뇌관 터졌다

박희태 "돈봉투 사건은 내 책임"… 국회의장 전격 사퇴<br>與 "대형 악재… 사태 키워 당 부담"<br>野 "김효재수석도 물러나야 총공세"<br>헌정사상 4번째 임기 못마치고 낙마<br>후임 의장으로 홍사덕 의원 거론

박희태 국회의장이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책임을 지고 9일 의장직을 사퇴했다. 국회의장으로서 우리나라 헌정 사상 네 번째 낙마 사례이며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으로 중도하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장은 물론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당사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등 현 정권 실세들의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 오는 4ㆍ11 총선 정국에 또 다른 뇌관이 터졌다는 평가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종태 국회 대변인이 대신 읽은 사퇴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며 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고 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한다"며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저의 책임으로 돌려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지 못한 사례는 지난 1948년 이승만(대통령 취임), 1960년 이기붕(사망), 1993년 박준규(재산파동) 의장 이후 네 번째다.

그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2008년 전당대회 당시 고승덕 의원 측으로부터 돈봉투를 되돌려 받은 뒤 이를 당시 박희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진술 내용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 사퇴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은 검찰의 눈치보기식 수사를 질타하는 한편 박 의장은 물론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축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 수석의 소환조사도 촉구하고 나섰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통상적으로는 참석하지 않는 고위정책회의 자리에 이례적으로 나와 "이명박 정권의 권력횡포가 도를 넘어 국민의 한 사람이자 당 대표로서 도저히 지켜볼 수 없다"며 "검찰이 (사건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특검을 통해 이 정권의 비자금 게이트 진상을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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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금열 대통령실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한 대표는 "(김 수석은 고 의원과) 일면식도 없다는 말을 했는데 어떻게 보면 범법자이고 공직을 하기에 부적격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김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4ㆍ11 총선을 불과 두 달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사퇴하며 총선지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야당은 박 의장 사퇴를 계기로 이명박 정권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계획이어서 새누리당으로서는 또 하나의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특히 최근 당명과 당헌ㆍ당규를 바꾸는 등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쇄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을 본격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당직자는 "당에서 (박 의장에 대해) 수차례 자진 결단을 요구하지 않았었느냐"며 "왜 이렇게까지 사태를 키워 당에 또 부담을 주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 데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국회는 박 의장의 후임 인선에 즉각 착수할 예정이다. 조만간 보궐선거를 실시할 예정인데 통상 국회의장은 관행상 여당 몫으로 새누리당 내 최다선 의원 중 1인을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옹립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현재로서는 6선인 홍사덕(대구 서구) 의원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새로 선출되는 의장의 임기는 18대 국회 만료일인 5월29일까지다.

유병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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