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의 대외채무액이 무려 550억달러가 넘으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기업들의 외화빚이 눈덩이처럼 늘어서 `큰일'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한꺼풀벗겨 보면 오히려 반길 일이다.
늘고 있는 대외채무의 대부분의 선박수주와 함께 미리 받은 선수금이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대외채무액은 2002년말 453억8천만달러에서지난해말 538억달러로 1년새 84억2천만달러가 늘었다.
올해 1.4분기중에도 19억1천만달러가 더 늘어나면서 대외채무액은 557억1천만달러로 증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민간기업의 대외채무가 518억7천만달러에 달한 후 감소추세를 보이다 최근 2년 사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수출호조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한편 투자마저 꺼리면서 현금을쌓아 두고 있는 판에 외화빚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은 관계자는 "늘어난 민간기업 대외채무액은 대부분이 선박수주 선수금이며,이 선수금은 장부상으로는 빚이지만 미리 받아둔 선박 수출대금 성격이어서 궁극적으로는 외화획득액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은의 대외채무 항목 가운데 선박 선수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기 무역신용액은 2002년말 87억5천만달러에서 2003년말 157억5천만달러로 70억달러가 늘었으며 올해 1.4분기중에도 장기 무역신용액은 18억1천만달러가 증가했다.
기업들의 대외채무액 증가추세와 거의 일치하는 셈이다.
조선업체들은 선박을 수주하는 동시에 선가의 일정 비율을 선수금으로 받고 건조과정에서도 기성에 따라 일정액을 미리 받기도 하는데 이 모든 선수금이 장부상으로는 외화표시 채무로 잡히지만 선박인도와 함께 채무항목이 수입으로 전환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세계 선박수주시장에서 43.5%의 점유을 차지, 일본(28.6%), 중국(12.6%)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 2000년 이후 3년만에 선두자리를탈환했다.
올해 상반기중에도 조선업계는 모두 256척, 906만t을 수주, 반기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
이러한 선박수주 호조세가 지속되는 한 민간기업의 `대외채무액'도 계속 늘어날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