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금가입대상자를 도시자영업자로 확대하기로 한 기본 취지는 좋다. 모든 국민에게 사회복지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할 복지정책이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엄청난 불편이나 고통을 초래하고 있는 졸속 행정이 문제다.연금공단이 신고권장 소득액으로 제시한 도시자영업자의 월소득이 현실을 반영치못하거나 비현실적이란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불황으로 휴·폐업한 사업자나 실직자에게 신고통지서가 날아오는가 하면 외국에 유학중인 자녀에게 추정소득액을 산정하고 보험료를 납부토록 통고하고 있다. 그동안 낸 연금을 탈 날을 기다리고 있는 정년퇴직자에게 다시 보험료를 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국민들의 불편은 고려치않은 행정편의주의 때문이다. 공단측은 자영업자 등 가입대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자 학생 군인 장애자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20세이상의 도시주민에게 신고통지문을 보냈다. 특히 97년도 국세청 과세자료를 바탕으로 소득을 산정한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휴폐업한 자영업자들이 급증한 것을 알면서도 잘못 산정된 경우 당사자가 소명을 하라고 한 것은 서비스정신의 실종이기도 하다.
당국이 소득이 없거나 많이 줄어든 사람은 공적 자료 대신에 본인이 확인서만 쓰면 일단 인정해주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실제소득이 제대로 드러나지않고 일정치않아 적정 수준의 연금료부과가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점은 남아있다. 기존 사업자근로자들의 연금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는 의혹을 사고있다. 자영업자에게서는 실제소득보다는 덜 거둔 연금보험료를 월급쟁이에게서 더 거둬들여 재원확충을 하려한다는 비판을 들을 만도 하다.
자영업자에 대한 연금료부과방식에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는데 실시를 강행할 경우 국민연금제도는 자칫 파행적으로 운영될 위험성이 있다. 시행시기를 늦추거나 자영업자의 가입도 일정기간은 의무에서 임의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만 하다. 전국민연금시대의 취지는 매우 좋지만 현실 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는데 실시를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