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과 전셋값 오름세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입을 맞춘 듯 ‘국지적 현상에 제한적 대응’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부동 단기 자금이 늘어나고 있고 이 돈이 부동산으로 추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느슨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2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초 기획재정부 장관, 국토해양부 장관 등 부동산 주무부처 장관들이 모여 숙의를 한 결과였다.
진 위원장은 “부동산 문제는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관련 부처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공급 정책이 중심이 돼야 하고 필요하면 금융 규제 등 다른 수단으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선 공급, 후 금융 규제’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해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14만가구가 넘는 등 부동산 가격 급등은 수도권 내 국지적 현상”이라고 말했지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상당히 세심히 들여다보면서 대응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진 장관과 같은 톤의 발언을 꺼냈다. 그는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주택 문제는 수요와 공급으로 풀어야 한다”며 “그 다음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27일 보금자리주택 등 수도권지역 주택공급 확대계획을 발표했지만 집값 상승세와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해당 지역에 대한 대출 규제의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수도권지역의 LTV는 50%, 서울 강남 3구는 LTV 40%와 DTI 40%가 적용되고 있다. 규제를 강화할 경우 5~10%포인트가량 낮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