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단체수계와 '솔로몬의 지혜'

임웅재 <정보산업부 차장> jaelim@sed.co.kr

[동십자각] 단체수계와 '솔로몬의 지혜' 임웅재 jaelim@sed.co.kr 임웅재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와 중소기업협동조합간에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도입된 단체수계제도가 특정업종별 조합에 국가와의 독점 계약권을 보장하는 바람에 중소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까지 떨어뜨리고 운용과정에서 편중ㆍ연고ㆍ편법배정이 광범위하게 일어나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대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중소기업간 경쟁입찰제도로 대체하고 다양한 중소기업 제품 판로확대 정책을 펴겠다며 중소기업계를 설득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판로확대 시책은 중소기업 제품 의무구매 비율제도 도입, 중소기업간 경쟁입찰 대상확대(물품 위주에서 용역ㆍ공사까지), 분리ㆍ분할발주 활성화를 통한 중소기업 입찰 참여기회 확대, 중소기업 하도급계획서제도 도입 등이다. 이에 대해 조합측은 단체수계제도를 유지한 채 판로확대 정책을 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경기 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고 중소기업청이 제시한 대안들의 실효성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실효성이 입증된 뒤 폐지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단체수계제도가 폐지되면 단체수의계약 물량을 배정하며 ‘권력’을 휘두르고 손쉽게 수수료 수입을 올려온 조합과 주요 회원사들에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합측은 정부가 이 제도의 폐지를 밀어붙일 경우 국회에 공청회 개최를 통한 단체수의계약제도 재평가를 요구하고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전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부와 조합간의 기세싸움이 평행선을 달려 왔지만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조합측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입찰제도 등에 대해 정부가 확실한 청사진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도 “관련 부처간에 덤핑입찰을 막기 위해 최저가낙찰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낙찰가격이 예정가격의 80%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제한적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할지, 80% 밑으로 떨어질 경우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형태의 보완책을 시행할지) 구체적인 대안이 합의되지는 않았다”고 말해 조합측의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뒷받침했다. 중기청 등 정부는 1년 정도의 단체수계 폐지 유예기간 동안 이 같은 현안들을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팔을 걷어붙여도 살아남기 힘든 글로벌 경쟁시대에 불필요한 대치국면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려면 유예기간 외에 입찰제도 등 핵심 사안에 대해 큰 줄기를 잡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입력시간 : 2004-08-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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