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게임 등 콘텐츠를 바탕으로 '갑'이라고 평가되는 플랫폼의 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을'이라 불리던 콘텐츠는 차별화를 바탕으로 몸값이 갈수록 뛰고 있다.
이에 플랫폼 업체들은 인기 콘텐츠에 대해 독점 제휴를 추진하고, 수익 분배도 더 늘려주는 방식으로 콘텐츠 업체들과 협업 방식을 바꾸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레tv는 지난달 미국의 월트 디즈니와 '스타워즈'에 영화에 대한 주문형비디오(VOD) 독점 판매 계약을 맺은 뒤 6월 첫주 국내 VOD 판매량이 1만7,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스타워즈의 고향인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2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콘텐츠 대국인 프랑스의 경우에도 한 유료방송 업체에서 지난 5월 한달 간 스타워즈 VOD 판매량이 1만2,000건에 불과했다.
이런 식으로 좋은 콘텐츠가 히트를 치면서 국내 IPTV 플랫폼도 좋은 콘텐츠를 가진 측에 자세를 낮추는 중이다. 유료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콘텐츠 업체인 HBO가 우리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자 국내 대형 유료방송업계도 그동안 뻣뻣했던 태도를 버리고 몸을 숙여 HBO와 계약했다"며 "콘텐츠 사업자가 독점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면 플랫폼 업체들도 단독 마케팅을 해주는 정책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CJ E&M 계열 케이블TV 방송사가 속한 스마트미디어렙(SMR)의 경우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철수했지만, 오히려 매출은 지난 달까지 월 평균 2배 가량 늘었다. 이는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SMR이 협상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동영상 플랫폼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네이버가 동영상 콘텐츠로 재미를 보자 다음카카오도 더 적극적으로 방송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가지며, 독점 콘텐츠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은 플랫폼 수수료에 허덕이던 게임업계도 점점 '플랫폼 권력'이 와해되고 있다. 최근까지 큰 히트작이 없었던 와이디온라인의 모바일게임 '갓오브하이스쿨'의 경우 최근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서 6월 내내 10위권 안에 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대형 플랫폼의 도움이 전혀 없이 독자적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은 네이버의 유명 웹툰 IP(지적재산권)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이에 네이버는 앞으로 네이버웹툰의 웹툰 콘텐츠와 독점 계약을 통해 모바일게임 출시를 장려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 콘텐츠를 확보한 넷마블게임도 최근 플랫폼 '카카오게임하기' 없이도 대박을 칠 수 있다는 것을 '레이븐' 게임을 통해 증명했다"며 "레이븐은 후발 플랫폼인 네이버와 손을 잡았지만, 사실상 수수료는 별로 내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