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수급 공백… 반등엔 시간 걸릴듯
외국인 매도 강화… 기관도 매수시기 늦춰美금융주 실적 나오는 이번주가 '고비' 될듯
박현욱
기자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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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강도 높은 매도를 기관이 적극적으로 받지 않으면서 주식시장의 수급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은 미국 경기위축 우려와 투자은행의 손실확대 여파로 이머징마켓 투자비중을 축소하고 있어 국내 증시에서의 매도세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기관들은 주식형펀드의 지속적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실탄은 넉넉하지만 글로벌 신용경색 파장정도를 확인하기 전까지 소극적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저가매수세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수급개선에 따른 낙폭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 매도공세 당분간 지속될 듯=1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미국 뉴욕증시 상승과 삼성전자의 4ㆍ4분기 호실적 소식으로 장 초반 1,781포인트까지 올라섰지만 외국인의 매도확대로 약세로 전환, 결국 1,746.95포인트로 마감하며 4일째 하락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3,500억원을 팔아치워 연초 이후 9일 연속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이 기간 동안 누적 순매도는 2조7,000억원에 달해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인 조정에 진입한 지난해 12월 한달간 순매도 규모(2조1,059억원)를 추월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가 24조7,000억원을 넘어서 올해 매도 강도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측됐지만 잇따른 대외악재로 매도공세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투자(14일 283조원) 비중도 지난 7일 이후 31%대에 진입해 2001년 1월(12일 31.17%)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2004년 4월 44%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2%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미국의 경기침체와 안전자산 선호 강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만큼 매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국내 외국인 투자가 가운데 미국 국적이 전체의 47.7%에 달했다”며 “미국발 금융위기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외국인 매도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주가 국내 증시 수급 고비=외국인의 매도공세에 대응할 기관 가운데 주포(主砲)인 투신과 연기금 등은 매수에 소극적이다. 연초 이후(14일 기준) 투신과 연기금은 각각 6,036억원, 2,631억원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투신권은 급격한 지수조정에도 불구하고 환매 움직임이 없고 하루 주식형펀드로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돼 실탄이 두둑한 상황이다. 곽병열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관이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은 투신권 2조4,000억원, 보험 4,000억원, 연기금 5,000억원 등 3개 주체만 최소 3조3,000억원에 달한다”며 “국내 증시의 유동성은 양호해 대외악재 해소 여부가 확인되면 기관들의 매수 참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관의 주식매수 여력이 지수 회복을 위한 에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은 크지만 이번주 미국 투자은행들이 발표하는 손실규모와 미국 경기침체 진입 여부 등 대외 리스크에 따라 기관들이 매수시기를 장기간 늦출 가능성이 높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1ㆍ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기관도 쉽사리 매수에 나서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국 금융주들의 4ㆍ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이번주가 국내 증시 수급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8/01/15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