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의 건강보험 진료비가 지난해 16조4,502억원으로 7년 사이 2.7배 증가했다.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4%로 사상 처음 3분의1을 넘어섰다. 노인 1인당 진료비도 월평균 25만여원으로 2배 늘어났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수명연장으로 전체 인구가 4.8%(227만명) 불어나는 동안 노인 인구는 39.5%(155만명) 늘고 총진료비가 배로 커지는 사이 노인 진료비는 2.7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47만명이던 노인인구가 2030년 1,269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이 같은 추세는 재앙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급증하는 노인 인구와 의료ㆍ복지비용을 감당하려면 경제활동인구가 많아져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여성을 일터로 불러들이고 중고령 노동력이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정년연장 등 고용환경을 개선하는 게 시급한 까닭이다. 지난해 2,540만여명이던 경제활동인구가 2024~2025년 2,721만여명으로 정점을 친 뒤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한다. 노동력의 핵심인 30~54세 연령층의 비중도 2010년 63.6%에서 2030년 53.0%로 떨어진다. 그렇다고 출산율을 확 끌어올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재등장 같은 '인구 보너스'를 기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인구 구조가 바뀌기 전에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재앙을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여성이 출산ㆍ육아로 일터를 떠나지 않아도 되도록 정부와 기업이 승진 등에서의 불이익과 보육부담을 덜어주고 오래 일하는 남성 중심의 관행을 깨 '일ㆍ가정 양립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대졸ㆍ고졸자 간 임금격차 축소 등을 통한 청년 조기취업과 창업 활성화도 과제다. 건보진료비 급증에 대응해 고소득 노인 등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얹혀 지내는 무임승차를 최소화하고 건보료 부과체계도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