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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이후 크게 늘고 있는 가계대출의 부담은 역시 컸다.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을 시사하면서도 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하지만 당장 다음달부터 한은의 통화정책을 두고 더욱 팽팽한 의견대립이 예상된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동결 주장이 있는가 하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경기 탓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비등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로 2개월 연속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제유가, 환율 움직임, 금리 인하 효과가 성장과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가계대출의 높은 증가세 등 금융안정에도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금리 방향도 "금융안정, 실물경기 리스크를 균형 있게 보겠다"며 중립적 입장을 고수했다.
◇성장률 전망 하향 시사=금리는 동결했지만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색채가 짙어졌다. 이 총재는 "10월 경제전망을 내놓은 후 유럽의 부진이 심해지는 등 여건의 변화가 워낙 컸다"며 "내년 성장률 3.9%를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물가도 "유가 도입단가가 10% 떨어지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한다"며 "유가가 하반기에 30%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물가를 상당폭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물가 전망치 2.4%가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2.5~3.5%의 중기물가목표제에 대해서는 "목표가 과대하게 설정됐다"며 "구조변화를 다 반영해서 우리에 맞는 적정 물가 수준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폭증 가계부채 부담…시장 내년 인하 예상=이 총재가 성장률·물가 전망 하향을 시사하면서도 금리 방향에 중립을 지킨 것은 폭증하는 가계부채 탓으로 보인다. 10월과 11월 예금취급기관과 은행의 가계대출은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이 총재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60%를 넘어 다른 나라에 비해 높고 최근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추세도 빨라졌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이 총재의 중립적인 발언에도 채권시장에서는 내년 초금리 인하 의견이 여전하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 전망에서 성장률이 0.2%포인트 인하되고 소수의견이 나오면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며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기 하방리스크를 강조하고 나섰고 재정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1·4분기 말이나 2·4분기 초에 추가 완화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날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디플레이션 아니다"…KDI 정면 반박=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금리 인하 등 한은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데 대해 이 총재는 "3%대 성장과 1%대 물가를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없다. KDI의 주장이 과하지 않은가 (생각한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다만 그는 "물론 저성장·저물가가 고착화될 경우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방지할 노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저성장·저물가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한은이 노력했지만 실물경기가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성장하지 못한 것은 구조적 문제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조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탈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아베노믹스가 주춤하는 것도 통화정책에만 의존하는 정책을 편 결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