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계사 '먹튀' 막는 사례될듯

한투, 채권투자 손실 놓고 리먼과 소송<br>리먼 서울지점 청산자금도<br>금융당국, 반출 못하게 동결


채권투자 손실을 놓고 진행 중인 한국투자증권과 리먼브라더스의 소송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불가피하게 파산한 외국계기업이라고 해도 국내기업과의 계약관계를 매듭지어야 한국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먹튀'논란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볼 때 국내 금융회사가 외국계 회사에 분명히 책임을 짚고 넘어가는 사례가 나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 2006년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인수였다. 리먼은 대우건설 인수작업에 FI(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대우건설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신용연계채권(CLNㆍCredit Linked Note)을 3,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리먼은 이 중 2,200억원으로 대우건설 주식 880만주를 인수했고, 800억원에 대해선 이자를 지급키로 했다. 한투는 이 CLN에 투자한 뒤, 다시 이를 기초자산으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해 일부(1,670억원)는 자체보유하고, 나머지는 신한금융투자와 아이투신운용에 팔았다. 하지만 2008년 리먼이 파산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지급된 이자에 대한 손실을 물어내라며 리먼 유럽본사가 소유한 대우건설 주식에 대해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하지만 리먼 유럽본사는 CLN을 발행한 것은 자신들이 아닌, 네덜란드 법인(LBT)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문제는 '누가 발행했는가'다. 일단 공식적 발행사는 LBT. 하지만 한투는 리먼 파산보고서를 인용해 LBT가 직원과 사무실이 없는 페이퍼 컴퍼니로 실질적인 관리업무를 유럽본사가 총괄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즉 리먼 유럽본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투는 이후 소송을 확대, 주식 2,200억원에 대해 복리 9%를 적용한 3,000만원에다가 800억원에 대한 미지급이자 526억원을 합친 3,526억원을 리먼 측이 모두 책임지라고 주장했다. 원금(3,000억원) 이상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덧붙여 재판기간 동안 연체이자 20%를 가산해줄 것도 요구했다. 리먼 측 입장에선 시간이 곧 금전적인 부담으로 직결되는 셈이다. 반면 리먼 측은 법원이 요구한 추가서류 제출을 지연하면서 수세에 몰린 상태다. 지난 1일 진행된 변론에서도 법원은 피고(리먼) 측에 사실관계 증명을 위한 서류제출을 재촉했다. 더구나 리먼은 한투와의 소송으로 인해 서울지점의 청산자금도 발이 묶인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분쟁을 해결할 때까지 이를 해외로 반출할 수 없도록 동결시켰기 때문이다. 리먼 입장에서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포기한 것도 문제의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금호산업이 FI들에 약속했던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가격(주당 3만4,000원)에 따라 회수 예상금액은 2,992억원(880만주X3만4,000원)으로 3,000억원에 가까워야 하지만,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되면서 금액이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양측은 법원 밖에서도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이르면 올해 안에 이 사건은 매듭 지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오는 11월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고, 양측이 판결이든 타협이든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게 뉴욕법인, 홍콩법인 그리고 서울지점의 본사인 런던법인 등으로 구성된 리먼브라더스는 홍콩법인을 노무라 그룹에 넘기는 등 파산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투증권이 승소하면 런던법인의 파산처리 과정에서 채권을 행사하고 그 지사인 서울지점 청산 때 손해액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