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해결로 새인생을 열겠다』.같은 사무실에서 10년동안 함께 일하다 퇴직한 40대 대기업 퇴직자들이 7년만에 다시 뭉쳐 창업, Y2K해결을 통한 재기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83년부터 92년까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산개발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오진섭(吳珍燮·43)·정병남(丁炳楠·41)·이상문(李庠門·39)·이의섭(李義燮·39)·안상록(安相綠·39)씨등 5명이 그들. 이들은 최근 울산시 남구 옥동에 한국정보시스템을 창업했다.
전무인 吳씨는 『창업과정도 그랬고 아직도 어려운 상태지만 뉘늦게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만큼 마지막 인생을 건다는 각오로 연구개발에 매진, 앞으로 2~3년내 Y2K문제 해결의 대표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8월 인도에서 파견근무를 하다 희망퇴직한 吳씨와 지난 92년 퇴직해 개인사업을 해오던 이들이 다시 뭉친 것은 지난해초. 먼저 회사를 떠난 丁씨 등 3명이 Y2K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연구에 나서면서다.
컴퓨터학원을 경영하면서 소프트웨어를 개별적으로 개발해왔던 이들 3명은 2000년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정부나 기업들이 Y2K문제 해결에 무관심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丁씨등은 Y2K문제 해결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할 경우 시장이 무한하다고 판단, 연구모임을 가져오던중 컴퓨터분야의 실력자 吳씨의 합류로 창업, 본격적으로 시스템 개발에 뛰어든 것.
그러나 창업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불안감, 자금조달등 현실적인 걸림돌을 뛰어넘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나름대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며 자리를 잡을 불혹의 나이에 몇 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할 지 모르는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도 그랬고 사무실마련등 창업에 필요한 수억원의 자금마련도 난제였다.
한 때 창업 포기를 검토했던 이들은 연구개발 노하우가 아까워 구직의사를 인터넷에 띄웠고 마침 미국의 한 회사가 이들의 근무경력과 프로그램 개발능력을 인정해 1인당 연봉 8만달러를 제시하며 스카우트를 제안, 이민준비까지 했었다.
그러던중 吳씨의 퇴직과 합류는 큰힘이 됐고 결국 창업의 결심을 굳혔다. 현대자에 17년동안 근무하며 15가지 사내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했던 吳씨의 실력도 믿었지만 전산실 퇴직자모임에서 더 늦기 전에 의미있는 일을 하자는 공감대가 크게 작용했다.
이렇게 결합한 이들은 곧바로 창업준비에 나섰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마련. 우선 이들은 개인별로 2,000만~5,000만원을 출자해 1억5,000만원의 설립자본금을 마련, 소프트웨어 툴 등 핵심기자재를 마련했다.
열심히 뛰다보니 외부의 도움도 뒤따랐다. 때마침 이들의 재능과 뜻을 높이 산 사업가가 1억5,000여만원의 투자의사를 밝혀와 45평의 사무실과 27대의 연구용 컴퓨터를 마련했다.
이들은 창업의 길을 열어준 사업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자신들은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대표이사직을 맡겼다. 경영자와 종업원의 관계가 아닌 출자금만큼 지분을 지닌 파트너로서 합류시킨 것. 이같은 준비끝에 1년만이 지난달초 드디어 문을 열었다.
한국정보시스템의 올 매출목표는 2억원. 상반기는 연구학습과 Y2K문제에 대한 울산지역 1,400여개 업체의 대처상황을 파악하고 하반기부터 개별회사를 상대로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여건이 허락되면 중소기업 무료컨설팅과 실직자녀 등에 대한 컴퓨터 무료강습 등 공익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다.
이들은 아직 여직원 인건비등 운영비를 대기도 벅찬 상태. 그래서 우선은 전문프로그래머의 실력을 살려 초등학교등의 외래강사로 뛰면서 회사를 꾸려 나갈 계획이다.
『10년동안 한솥밥을 먹어 호흡이 맞는데다 미국회사가 고액의 연봉을 제시할만큼 실력도 있는 만큼 최고의 Y2K문제 해결회사로 만들어 내겠다』고 말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있다. 【울산=김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