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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평양과기대서 강의… 재미교포 소설가 체험 저술
"우상화 쳇바퀴 도는 엘리트"
■ 북한이라는 수수께끼(장쉰 지음, 에쎄 펴냄)
홍콩 저널리스트 15년간 관찰… 김일성花 등 체제 결속 조명
철저한 통제 속 한류 바람도
재미교포 소설가인 저자가 2011년 7~12월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영어 선생으로 활동한 경험을 중심으로 수년 간의 취재를 더해 기록한 회고록이다. 평양과기대는 북한 내 고위층 아들들만 모인 곳으로, 북한 사회 엘리트들의 생활과 생각을 포착할 수 있는 곳이다. 저자는 학생들이 만들었던 촌극을 회상하며 북한 내에서도 '교육 받은 집단'이라는 이들의 갇힌 사고를 소개한다. 당시 학생들이 내놓은 촌극은 병원에 간 캐나다 선생 둘에 관한 이야기다. 한 사람이 부상을 당해 다른 한 사람이 그를 위해 자신의 피를 팔겠다고 하지만, 뒤늦게 병원 치료가 위대한 장군 김정일의 배려로 공짜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게 줄거리. '평양에서 외국인 선생은 외국인 병원만 허용되는데 그곳은 무료가 아니고, 보통 어느 나라도 헌혈한 사람에게 돈을 주지 않으며, 응급실은 환자의 선불(先拂)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타당한 극이 아니다'는 지적에 학생들은 혼란에 빠진다. 아무리 이야기를 손을 봐도 우상화의 견고한 쳇바퀴를 돌고 돌 뿐이다. 북한 인민은 외국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 거는 간단한 일조차 특별 허가 없이는 상상하지 못한다. '나는 작년 방학 때 중국에 갔다'고 말하는 누군가를 향해 일제히, 너무도 당연하게 '거짓말'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북한 최고위층 자제들이 다닌다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저자는 위장까지 하며 잠입 취재를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북한은 주민들을 소위 위대한 수령의 야만적인 통제하에 인질로 두고 그들 인간성의 마지막 조각까지 빼앗으면서 하나의 국가 행세를 하는 수용소다. 그저 (북한 밖에서) 침묵한 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못 먹고 못 산다는 뻔한 북한 실태가 아닌 북한 엘리트라는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조명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1만5,000원.
홍콩의 북한 전문 저널리스트가 무려 15년에 걸쳐 관찰하며 작성한 북한 탐방기다. 15년간 여섯 차례, 중국 사찰단 일원으로 신분을 바꾼 뒤 북한에 들어간 저자는 체제 결속을 위해 재배하는 '김일성화(花)', '김정일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가랑비에 옷 젖듯 사회주의 체제에 스며드는 자본주의 등 생생한 북한의 오늘을 조명한다. 북한은 매년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에 인도네시아 식물학자가 재배한 김일성화를 전시하고,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엔 일본 원예학자가 개량한 김정일화를 전시한다. 김정일화는 북한 각지의 100여 개 대형 온실에서 전문 재배된다. 저자는 굶주리는 주민들의 생활은 뒤로 한 채 선전을 위한 꽃에 투자하는 북한 당국의 불합리한 처사를 비판한다. 전시회 방명록에 참배 느낌 작성을 거절하면 일체 활동을 제재하는 현실 속에 저자는 작정하고 다음과 같은 방명록을 남긴다. '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김일성화이고, 인간 사회에서 가장 우아한 꽃은 김정일화다.'
안쓰럽기까지 한 북한의 체제 결속에도 불구하고 황색풍조, 즉 자본주의 바람은 북한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주민들이 가택 수사를 피해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산 인스턴트 라면은 판매금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암시장을 통해 거액에 거래되고 있다. 책은 이 밖에도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그려지고 있는 일부 북한의 모습에 대해 오해도 풀어준다. 북한의 민가부터 여성들의 패션, 평양의 교통 등 일상의 모습부터 후계구도에 대한 고찰까지 다방면의 북한을 조명하면서 풍성한 사진으로 눈길을 끈다.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