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소비등 반등세 뚜렷… "올 9% 성장 기대"<br>수출은 여전히 냉기류에 "침체 지속" 목소리도
| 지난해 말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면서 조기 경제회복을 장담하고 있다. 상하이=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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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해결방안 논의를 위한 주요 20개국(G20)의 런던 금융정상회의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던 지난 2일, 지구의 반대편인 중국에서는 올해 3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2.4를 기록하며 9개월만에 기준치인 50을 넘어섰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이후 중국 증시는 물론, 세계 각국의 증시들이 중국경제의 반등신호를 반기며 강력한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의 회생을 확신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3월 PMI가 발표되기 하루 전 홍콩의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이 중국의 3월 PMI가 44.8로 악화되면서 기준치인 50을 크게 밑돌았다고 완전히 상반된 수치를 발표한 것만 봐도 중국경제는 정확한 현실 진단이 어려울 만큼 난기류가 복잡하게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국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내수부문 활성화로 중국경제에 봄기운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침체로 인한 해외수요 축소로, 중국경제 성장엔진의 한 축인 수출엔 여전히 냉기류가 돌고있다.
◇각종 지표들 '봄기운' 완연=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행장은 G20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달 말 인민은행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경제의 성장둔화 추세가 강력한 정부의 과단성 있는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진정됐다"고 선언했다.
중앙은행 총재의 자격으로 중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터널을 빠져 나와 봄의 문턱에 다가섰음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실제로 수 많은 경제 지표들이 중국경제에 봄이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중국 물류구매협회(CFLP)와 국가통계국이 공동으로 발표한 3월 중국의 PMI가 전월에 비해 3.4포인트 오른 52.4를 기록하며 4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PMI는 기준선 50을 넘어서면 경기상황이 양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지난 2월의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11%로 나타나 전월에 비해 개선 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와 소비부문에서도 경기반등의 기운이 뚜렷하다. 지난 1~2월 중국 전체도시의 고정자산투자는 작년 동기보다 26.5% 늘었고, 중국 중앙정부 투자는 같은 기간 40.3% 확대돼 증가율이 작년 동기 대비 25.4%포인트나 높아졌다.
자동차업종의 경우 중국정부의 소형차 구입세 감면 및 유류가격 인하 등의 부양정책에 힘입어 올해 1ㆍ4분기 매출 성장률이 당초의 예상치인 6%를 뛰어넘어 10%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경제의 조기회복을 낙관하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장위타이(張玉台)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주임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은 세계 여러국가 중 가장 먼저 위기에서 빠져 나와 중ㆍ장기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중국경제는 곧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통계국의 야오징위안(姚景源) 총경제사는 "중국 정부의 일련의 경기부양 조치들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결합돼 중국경제는 하반기 들어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국면을 맞으면서 9%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 공단지역 등 여전히 '냉골'= 중국 베이징의 한 경제전문가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3월 중순께 중국 남부 공단지역을 다녀간 미국 산업시찰단의 얘기를 들었는데, 광둥성 둥관지역의 경우 일본으로 가는 수출 물동량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을 정도로 물류위기가 심각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수 많은 지표들이 중국경제의 회생기운을 알리지만, 한편에는 여전히 '냉골'이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전언이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수출이다. 지난 2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5.7%나 줄었고, 이 같은 수출둔화 추세는 상당기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여파로 중국 기업들의 올해 1~2월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37.3%나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외수요 위축을 낳고, 이것이 중국의 수출둔화와 중국경제 전반의 침체를 초래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중국 관변연구소에서도 솔직히 인정하는 부분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연구원의 왕이밍(王一鳴) 부원장은 "중국은 수출과 공업생산 측면에서 금융위기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국가에 속한다"면서 "대외수요의 급격한 축소로 인해 공업재고는 급증하고, 에너지와 전력생산은 급격하게 위축됐으며, 취업난은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국경제의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중국 주간경제지 투자자보가 자체 분석한 결과, 중국의 지난 1~2월 공업부가가치 증가율은 3.8%, GDP 증가율은 4.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최근 정례보고서를 통해 수출실적 하락 및 제조업 생산 둔화 등을 이유로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각각 6.3%와 7%로 낮췄다.
◇전문가들 중국경제 'V형' 주장= 최근 중국 전문가들은 저마다 U형과 V형, W형, L형의 도식을 제시하며 중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진행흐름에 대해 논란을 벌이고 있다.
두세 달 전만해도 중국경제가 다소간의 침체를 겪다가 반등하는 U형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이 다소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중국경제가 짧은 바닥을 경과한 뒤 급반등하는 V형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왕젠(王建) 중국거시경제학회 비서장은 "국제경제의 최근 형세를 보면 미국이 L형의 진행양상을 보이고 있고, 유럽과 발전도상국이 각각 W형과 U형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만이 유일하게 V형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무역흑자국은 항상 무역적자국에 비해 많은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수를 확대할 능력이 있다"면서 "중국의 내수경기 부양은 일반적인 다른 나라에 비해 한결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朱民) 인민은행 부행장은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속 확대되면서 실물경제가 금융부문의 영향을 받아 하강국면을 맞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경제가 L형 쇠퇴구간에 들어섰으나, 중국에서는 V형 반등이 출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중국경제의 반등 시기가 지나고 나면, 다시 한번 하강과 상승이 반복되면서 중국경제의 흐름이 W형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거시연구부의 위빈(余斌) 부장은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중국경제에 회생의 기운이 감돌고 있으나 부양책의 효력이 차음 감소하면서 경기등락이 반복되는 'W'형 성장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