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업계는 신성장동력으로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풍력발전 사업은 거대 구조물을 조립할 수 있는 설비와 기술을 갖춘 조선 업계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 3㎿급 풍력발전기의 경우 블레이드(날개) 하나의 길이만 40미터가 넘는다. 조선 업계는 이 같은 대형 구조물을 상시적으로 제작, 조립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시장은 분석했다.
풍력발전의 미래 성장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조선 업계가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덴마크의 신재생에너지 전문 연구기관 BTM컨설트는 전세계 풍력발전기 시장의 규모가 지난 2007년 310억달러에서 오는 2017년에는 2,500억달러로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현재 풍력발전이 전세계 전력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지만 오는 2018년에는 8.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풍력발전 분야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현대중공업. 이 회사는 전북 군산에 건설하고 있는 연산 13만2,000㎡(약 4만평)짜리 풍력발전기 공장을 10월 말 완공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이 공장에서 1.65㎿급 풍력발전기를 연간 600㎿(20만가구 사용분)가량 생산해 미국ㆍ중국ㆍ유럽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공장도 짓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수출 계약을 성사시켜 업계를 놀라게 했다.삼성중공업은 영국 업체와 공동 개발한 모형을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윈드 파워(WIND POWER) 2009’전시회에 출품해 미국 시엘로사와 미국 텍사스주에 2011년까지 2.5㎿급 풍력발전기 3기(약 75만달러)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회사 측은 내년까지 총 6,000억원을 투자해 2.5㎿급 육상용 풍력발전기와 5㎿급 해상용 풍력발전기를 연간 200기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또 2015년까지 800기 생산체제를 갖춰 풍력발전 설비 부문에서 매출액 3조원을 달성해 세계 시장의 10%를 점유한다는 청사진도 세웠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80명 수준인 풍력발전기 관련 인력을 2015년까지 1,0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풍력발전 등 비조선 분야를 집중 육성해 2015년에는 비조선 산업 비중을 전체 매출의 4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 주자인 대우조선해양과 STX그룹은 풍력발전기 시장을 단기간에 공략하기 위해 자체 기술개발보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미국 풍력발전기 제조 업체 드윈드를 약 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풍력터빈을 설계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이 회사는 현재까지 750㎾ㆍ1.5㎿ㆍ2㎿급 터빈 총 710기를 유럽ㆍ중국ㆍ남미ㆍ미국 등에 판매, 설치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인수 직후 신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7,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 북미 지역에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텍사스에 1차로 2㎿급 풍력발전기 20기 규모의 풍력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STX그룹도 계열사인 STX중공업을 통해 최근 네덜란드 하라코산유럽의 지분과 풍력발전 관련 특허를 240억원에 인수했다. STX중공업은 향후 풍력발전기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R&D) 등에 약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글로벌 풍력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천기술은 아직 해외 기업에 의존해야 하지만 거대한 부품을 조립하는 능력만큼은 국내 조선 업계가 세계에서 제일”이라며 “현재는 해외 풍력발전기 업체가 세계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2015년 이후에는 한국이 세계 최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