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금융회사에 대한 투자자보호 의무가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간접투자에 나섰던 투자자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었을 때 자산운용사나 펀드 판매회사의 책임을 묻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법원이 투자자보호 의무만큼이나 '투자는 기본적으로 투자자 본인이 리스크(위험)를 충분히 알아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따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투자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일방적인 승리나 패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몇몇 사례에 있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엄하게 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회사가 투자자가 손해를 알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경우다. 대법원은 2012년 3월 한 개인 투자자가 "자신이 가입한 펀드 판매회사 직원이 허위 자산운용보고서를 보내 환매시기를 놓쳤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손해액의 70%까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투자자는 K은행이 판매하는 펀드에 가입하고 1억원을 입금했다. 이후 펀드의 수익률은 2007년 6월 4.72%를 기록한 뒤 계속 떨어졌는데도 은행 직원은 매주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는 내용의 거짓 보고서를 작성해 투자자에게 보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 은행 직원의 행위는 펀드의 환매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한 명백한 기망행위"라며 70%를 높은 배상률을 결정했다.
금융사가 투자를 권유하면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불완전판매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H은행은 2004년 투자신탁 수익증권을 산 경험이 없는 고객에게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상품을 판매하면서 중도 환매가격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품설명서를 제공했다. 상품의 만기 전에 환매하면 되돌려 받는 투자금이 원금보다 작을 수 있다는 사실을 빼먹은 것이다. 대법원은 2010년 11월 판결에서 "펀드 판매회사가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