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숙' 어제와 오늘] ①깊어지는 사회병리

알코올중독·장기노숙 늘어..여성·모자노숙도<br>"'노숙 예방·노숙자 지원' 범정부 대책 절실"

['노숙' 어제와 오늘] ①깊어지는 사회병리 알코올중독·장기노숙 늘어..여성·모자노숙도"'노숙 예방·노숙자 지원' 범정부 대책 절실" 관련기사 • ['노숙' 어제와 오늘] ②근본대책 없나 • ['노숙' 어제와 오늘] 서울역 르포 ※편집자주 = 노숙자들이 최근들어 계절적인 변화에 관계없이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임시처방에 그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거리 노숙자의 상당수가 알코올 중독 등으로 거리에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주거 빈곤층과 무연고 정신질환자, 부랑자 등 잠재 노숙자는 정확하게 집계조차 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연합뉴스는 노숙자 실태와 대책, 쉼터 및 무료진료소 현황, 정부.지방자치단체.철도공사의 고충, 전문가의 정책대안, 미국과 유럽.아시아 각국의 현주소 등을종합 점검하는 기획특집 「`노숙' 어제와 오늘」을 10회에 걸쳐 송고한다. #풍경 A...2일 오전 1시 서울역 신역사(驛舍)대합실. 역사 청소시간에 밖으로 쫓겨난 노숙자가 새벽기차를 타기 위해 미리 나와있던 외국인 여성에게 만취상태에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고 행패를 부렸다. 이를 목격한 철도공사 공안이 곧바로 이 여성을 사무실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피신시킨 덕에 별다른 불상사가 벌어지지는 않았으나 이 외국인 여성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풍경 B...같은 날 오전 6시 서울역 구역사 앞 광장. 화단, 의자, 바닥 가릴 것없이 노숙자들이 누워 잠들어 있는 가운데 네댓명은 이른 아침부터 빙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다. 술판이래야 안주도 없이 마시는 강소주판인 그곳을 지나치는 여성들은 한껏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도망치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풍경 C...8월30일 오후 2시께 신역사 대합실에서는 대낮에 난데없는 `누드' 소동이 벌어져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당황케 한 적이 있다. 남자 노숙자와 싸우던 중힘이 달린 여성 노숙자가 속옷까지 훌렁 벗어던지고 반항한 것이다. 두사람은 가끔티격태격 싸우면서도 늘 붙어다니는 부부 사이라고 했다. 서울역 주변의 이런 다양한 풍경에서 볼 수 있듯 최근 전국의 주요 역사 주변이나 공원, 지하철 역 등에서 한뎃잠을 자는 거리 노숙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공공기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7월말 현재 전국의 노숙자는 4천422명으로집계되고 있다. 이런 공식 통계와 달리 대통령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는 비공개 내부자료를 통해 7월말 현재 전국의 잠재 노숙자 수를 9만6천909명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쪽방, 고시원, 정신요양시설, 무허가 기도원, 미인가 시설, 부랑인 시설 거주자등이 9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위원회는 추산했다. 이 같은 노숙자 증가 양상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직후처럼 일시적인현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사회의 빈부 양극화 현상과 맞물려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고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외환위기 당시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일시적인 실직 노숙자와 달리 거리 노숙을 생활화하는 장기 노숙자 혹은 부랑자형 노숙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랑자형 노숙자들은 길을 오가는 행인 중에서도 젊은 여성 등을 대상으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느닷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들 노숙자 가운데 상당수는 알코올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 올 3월 서울시조사결과 노숙자 10명중 5-8명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6명 가량은 알코올 의존증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흡기로 전염되는 결핵환자도 이들 노숙자에 적지 않게 포함돼 있지만 행정당국은 인권침해 시비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강제 치료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 경찰서 이강덕 서장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술을 사서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들이 서울역 주변에만도 적지 않다"면서 "따라서 노숙자 대책도 단순 노숙자와 부랑자, 알코올 중독자 등으로 구분해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랑자를 비롯해 노숙자 수가 이처럼 증가하는 가운데 길거리는 물론 찜질방이나 쪽방, 여인숙, 종교시설 등에 기거하는 여성 노숙자,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모자 노숙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부부 등 가족 노숙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각 지자체는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노숙자 지원시설 확충개선 △편의시설 개선 및 양질의 식사 제공 △경찰 순岵管?확충 등 다양한 대책을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불황이 계속되는데다 사회적 안전망이 촘촘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런 일과성 단기대책으로는 사회 구조적인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리 노숙자들이 치료요양소→쉼터→가정 및 직장의 경로를 거쳐 노숙생활을 청산하고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단계별 세부 지원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대책과 주거지원책이 결여된 가운데 제시되는 응급처방으로는 `노숙 탈출구'의 병목현상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정부 일각의 인식은 마땅한 처방을 찾지 못하는 우리사회 노숙자 문제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사회복지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별기획취재팀 = 이명조 이종민 이충원 강영두 이승관 기자 입력시간 : 2005/09/12 10:2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