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하면 동행하는 사람수에 제약이 따르지 않아서 좋다. 테니스를 하려면 최소한 2명, 골프는 4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등산은 아무나 어울려 산에 오르면 그만이다. 혼자 오를 때도 있다. 또 등산은 돈이 많이 들지 않아서 좋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나는 거의 매주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는 목적도 제 각각이다. 건강을 위해서, 잠시 생활의 번잡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또는 자연의 푸르름을 즐기기 위해서 등등….그래서 누구나 산에 오를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찾는다. 막상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를 때는 한걸음 한걸음 최선을 다한다. 힘든 만큼 긴장도 되게 마련이지만 대부분 정상까지는 안전하게 오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산 정상에 다다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이 풀린다. 그게 문제다. 그래서 하산길은 몸은 풀리고 마음은 다소 해이해져 들뜬 분위기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산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한번쯤 작은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조그만 돌부리에도 발목을 다쳤던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눈길·얼음길·험한 길에서 보다 수월한 하산길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 나역시 얼마전 하산길의 부주의로 골절을 당해 지금까지 불편을 겪고 있다. 『이제 됐지!』하는 조그만 방심이 사고의 씨앗이 된 것이다.
이처럼 편하고 좋은 산도 때로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산이 주는 값진 교훈이다. 우리들에게 물질적인 풍요와 편리함을 주고 있는 전기나 가스·자동차 등도 우리에 삶의 질을 높여주는 생활필수품이지만 잠시만 방심하면 엄청난 위험물로 돌변할 수 있다. 전기누전에 의한 화재·가스폭발·대형 교통사고 등을 매일같이 보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들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사소한 방심이 그 원인이 되는 것이다. 최근 23명의 고귀한 새싹들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참사는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어느 정도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영국의 BBC방송이 이 사건후 한국을『최악의 공공안전국가』라고 평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정도쯤이야 하는 안일함과 나만은 예외겠지 하는 생각이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산과 계곡, 강과 바다를 많이 찾는 계절이다. 기습폭우와 태풍 등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방심은 재난을 부른다. 잠시만 경계를 늦추고 소홀히 하여도 큰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이제 담당공무원에서부터 등산이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따져보고 점검해 보는 습관을 갖췄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이것이 바로 재난·재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