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첫 `부자(父子) 대통령'이 탄생했다.
우후루 케냐타(51)가 9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그의 아버지 조모 케냐타는 1963년 영국 식민지 통치를 종식한 독립 투쟁을 이끌어 초대 대통령(1964-1978)을 지내는 등 현대 케냐의 국부로 불린다. 수도 나이로비 국제공항의 이름이 조모 케냐타 공항으로 바뀐 것도 그를 기리기 위해서다.
케냐타 가문은 또 특급 호텔과 대규모 농장, 금융기관 등을 소유하고 있어 케냐의 가장 부유한 명문가 집안으로 손꼽힌다.
우후루는 아버지의 후광으로 30대 중반부터 정치권에 입문해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므와이 키바키에 패배했다.
그러나 그는 5년 후인 2007년 선거에서는 같은 키쿠유족 출신인 키바키 진영에 합류해 그의 재선을 도왔다. 키쿠유는 케냐 최대 부족으로 전체 인구의 약 17%를 차지한다.
키쿠유는 당시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부정선거 시비가 일면서 부족 간 물리적 충돌로 이어져 약 1천200명이 사망하는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키바키에 맞선 루오족 출신의 라일라 오딩가(68)는 승리한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국제사회의 중재로 2008년 키바키 대통령-오딩가 총리 거국내각이 출범하면서 케냐타는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다.
이런 가운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2007-2008 폭력 사태를 조사하면서 케냐타가 연루된 혐의를 잡고 그를 기소했다. 이에 따라 케냐타는 2012년 1월 재무장관직에서 사임했다.
케냐타는 이번 대선에서 4대 부족 중 하나인 칼린진족 출신의 윌리엄 루토와 손을 잡았다. 부통령 후보인 루토 역시 2007년 폭력사태로 ICC에 기소된 상태다.
케냐타와 루토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 ICC 재판이 진행될 경우 자칫 국정 최고 지도자가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법정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 경우 야당이 공격하는 등 정국 불안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케냐타가 유력 후보로 참여한 이번 선거를 우려 섞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케냐타가 당장 ICC 문제 등 코앞에 닥친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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