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어머니와 자식간 생이별만큼 처절한 아픔이 또 있을까. 그것도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제로 이뤄진 것이라면… 또 지금 자녀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생사조차 모른다면… 영화 '팔로미나의 기적'은 1920년대부터 1996년까지 아일랜드 수녀원에서 자행된 미혼녀 자녀 강제입양 사건을 바탕으로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을 기자와 함께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은 영화다.
필라미나(주디 덴치)는 50년 전 수녀원에서 미혼모였던 자신도 모르게 강제 입양시킨 아들을 전직 BBC 기자였던 마틴(스티브 쿠건)에게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마틴은 처음에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휴먼스토리가 너무 가식적이라며 거절하지만 필라미나의 간절한 부탁에 기사화할 것을 결정한다.
영화는 두 사람의 동행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를 때론 코믹하게 때론 잔잔하게 전달하고 있다. "신은 인간에게 왜 성욕을 준 것일까요? 참는 것을 보면서 즐기기 것인가?"라는 마틴의 조롱이 기존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면 "그땐 그게 너무 좋았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았지"라는 흰머리 할머니의 답변은 항거할 수 없는 권력에 지쳐버린 약자들의 모습을 투영한다. 힘없는 이들에게 고된 삶을 견딜 수 있는 방법은 저항보다는 긍정하기와 달관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모정은 숨길 수 없는 법. 아들의 행방을 추적하던 중 아들이 게이였다는 사실을 알고도 놀라기는 커녕 "아기였을 때도 예민했고, 멜빵 바지 입은 것을 보고 눈치챘다"며 미소짓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이영화에서 팔로미나는 세계 15위의 경제강국이면서도 아직도 미국에서 세계 4번째로 많은 입양아를 내보내야 하는 우리의 미혼모들이 겪어야 하는 삶과 너무도 닮아있다.
아카데미상을 2회나 수상한 주디 덴치는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한과 당시 아일랜드 여성들이 겪었던 시대적 아픔을 섬세하고 감동적으로 표현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필로미나의 기적'은 배우 소지섭이 영화 수입과 투자에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끈다. 4월1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9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