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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과 이를 막는 해경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서해상에서 급기야 해경이 쏜 총에 맞아 중국 선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우리나라 해경 5명도 중국 선원과의 격투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 일부에서는 인명사고가 난 것 자체는 비극이지만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사고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중국에 강력한 대책마련을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8시30분께 전북 부안군 왕등도 서쪽 약 144㎞ 해상에서 중국 선적 80톤급 타망어선 노영호 50987호 선장 송호우무(45)씨가 해경과의 충돌 과정에서 복통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정종현 전남 목포 한국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중국 선장의 사인은 위에서 아래쪽으로 박힌 총탄에 의한 관통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송씨의 왼쪽 등 옆쪽에는 총탄이 들어갈 때 생긴 것으로 보이는 길이 6~7㎜의 상처가 있었으며 폐·간·콩팥이 손상됐다고 정 과장은 전했다. CT촬영 결과 길이 1.6㎝가량의 총알 긴 부분이 몸속에 남아 있었으며 복부 쪽에는 멍이 있었다. 실탄이 배 쪽으로 관통하려다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사고는 해경이 대형 경비정 2척을 동원해 불법 중국 어선 단속에 나선 가운데 해경이 불법조업 사실을 확인한 노영어호를 제압하고 안전지대로 이동시켰으나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해경은 설명했다. 안전지대에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포된 어선 주위에 중국 어선이 몰려들었고 2척씩 총 4척이 좌우 현측에 계류하면서 격투장으로 변했다. 나포 어선 선원 20명에 선단선 4척의 선원까지 총 100여명이 해경 12명을 상대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자칫 해경이 나포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선원이 일부 대원의 헬멧을 벗기고 목을 조르기까지 한데다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위급한 상황에서 권총(K5)이 발사됐다고 해경은 전했다. 총기 사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포탄을 쏘는 등 위협사격을 했다. 이 과정에서 노영어호 선장이 총알에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 5명도 중국 선원과의 격투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경비세력을 공격한 때는 개인화기 및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매뉴얼에 따라 총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이날 중국 선원 1명의 사망 사건 발생 사실을 주한 중국대사관 측에 알리는 한편, 중국의 반발여론을 의식해 유족에 대해서는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전남 목포해경을 찾은 장소매 광주 중국총영사관 부총영사는 기자들에게 "아주 경악하고 강력히 불만을 표한다"며 강한 항의의 뜻을 전달해 양국 간 외교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편 중국은 지난 2012년 10월 중국 어선 선원이 불법조업 단속에 저항하다 해경의 고무탄에 맞아 숨졌을 당시 "폭력적인 법 집행을 중단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양측이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외교갈등으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노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