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꽉 막힌 M&A시장' 정부가 숨통 터줘라

금융위기로 자금조달 길 막혀… 굵직한 인수합병 줄줄이 무산<br>산업 체질개선·경기부양 위해 적극적인 유인정책·지원 필요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리먼브러더스 부도 사태 이후 자금조달 줄이 막히면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올해는 하이닉스반도체 등 대기매물과 대기업의 자회사, 부실기업 등 신규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과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활발한 M&A가 필요하지만 시장은 꽉 막혔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자금조달 시장이 꽉 막힌 상황에서는 정부가 정책적 배려와 지원 등으로 흐름을 뚫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금 경색 여파로 M&A 줄줄이 무산=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M&A 시장은 상당히 활기를 띠었지만 하반기 들어 급속히 냉각됐다. 자금조달 상황이 바뀌고 자산가치가 급락하면서 위험기피 성향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M&A 규모는 3조2,800억달러로 전년보다 30% 감소했다. M&A 포기 건수는 1,309건으로 전년의 870건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국내 사정은 더 나쁘다. 거래규모는 417억달러로 35%나 줄었고, 특히 4ㆍ4분기에는 53억달러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M&A가 줄줄이 무산됐다. 한화도 지난해 11월까지는 자산매각과 대출 등을 통해 9조원가량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부동산 등 자산은 팔리지 않았고 인수금융을 지원하겠다던 은행들은 난색을 표시했다. 국민연금도 투자보류를 결정하면서 자금조달에 실패했다. ◇‘승자의 저주’가 두렵다=M&A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우일렉트로닉스와 쌍용건설 등은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고도 무산됐으며 새한미디어ㆍ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등도 협상이 파기됐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4ㆍ4분기에 샌디스크 인수 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M&A로 사들였던 기업을 다시 내놓는 경우도 많다. 이랜드는 홈에버를 삼성테스코에 매각했으며 금호그룹은 대한통운을 인수하고 금호생명을 내놓았다. 유진그룹도 하이마트를 인수하고 유진투자증권을 매물로 내놓았다. 인수는 끝냈지만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쌍용차는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지만 부실해지면서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해 만든 하이닉스는 매각을 앞두고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다시 받았다. M&A 인수경쟁에서 승리한 후 위기를 겪는 ‘승자의 저주’가 확산된 것이다. ◇구조개편 및 경기부양 위해 정부 지원 필요=구조조정이 효과를 발휘하고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M&A가 뒤따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은행들은 ‘제 코가 석자’라는 이유로 인수금융 지원을 꺼리고 있고 사모펀드 등은 “M&A 투자에 뚜렷한 메리트가 없다”며 다른 고수익 투자처를 찾고 있다. M&A를 통한 산업구조 개편과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한편 M&A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은행들의 인수금융에 대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실패한 M&A는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우조선 매각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 매각이 무산될 경우 “매각 대금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던 정부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간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수익감소, 신용공여 부족, 위험기피 성향 상존, 가격변동성 지속으로 M&A 시장의 회복이 늦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M&A를 통해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려면 적극적인 M&A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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