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두번째 맞는 ‘베이징(北京)모터쇼’의 일반공개가 시작된 21일 베이징 동북쪽의 국제전람센터는 말 그대로 북새통이었다. 베이징에서 가장 큰 전시장이라는 이곳에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표 사기가 어려워 문 밖에서 공식 입장료인 50위안(약 6,000원)의 3~4배가 넘는 가격에 입장권이 거래되고 있었다. 특히 전시장 안에서는 우리 돈으로 10억원이 넘는 마이바흐와 스파이커 등 초호화 승용차들이 전시된 부스에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몰려 바늘 하나 꽂기 힘들 정도로 북적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중국인 관람객들은 초호화 자동차를 구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에만 들면 수억원짜리 차를 주저하지 않고 사들인다는 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모터쇼가 개막되자마자 영국산 벤틀리의 8억원짜리와 4억원짜리 모델이 현장에서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그야말로 대단한 ‘지름신(구매충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격년으로 열리는 모터쇼 첫해인 재작년에도 10억원이 넘는 마이바흐가 현장에서 판매된 적이 있으니 중국인들의 초고가 자동차에 대한 충동적 구매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중국인들의 이 같은 구매 성향을 간파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번 모터쇼를 준비하면서 초호화 차량에 포커스를 맞췄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최고급 세단 마이바흐의 네번째 모델인 ‘62S’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스포츠 세단 스파이커 역시 10억원이 넘는 C8 모델을 출품했다. 이렇게 모터쇼에서 초고가 차량들의 ‘맵시’ 자랑 경쟁이 불붙으면서 올해는 중국인들의 ‘지름신’이 언제 발동해 어떤 호화차가 먼저 팔려나갈지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중국인들의 자기 과시적인 소비 행태는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억대 수입자동차를 굴리면서, 수십억원짜리 호화판 별장을 지니고 호사를 누리는 졸부들은 차치하더라도 월 수입 10만~20만원 안팎의 저소득층들도 월급의 몇 배나 되는 고가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을 중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과시적 소비가 지배하고 있는 현대 중국은 ‘지름신의 천국’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10억원이 넘는 초호화 차량을 현장에서 현금으로 사들이는 중국인들을 보면서 ‘지름신’에 주목해 판매 전략을 가다듬고 실행에 옮기는 글로벌 업체들의 발 빠른 대응을 그저 구경거리로만 생각할 일은 아닌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