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의 독일 방문을 앞두고 그렉시트(Grexitㆍ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그리스가 긴축기한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이 이를 완강히 반대하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시나리오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18일 오스트리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긴축안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유로존 이탈을 고려해야겠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렉시트는 다소 엉뚱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8일 그리스 지원 문제에 대해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구멍에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며 그리스에 대해 "새로운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에르키 투오미오야 핀란드 외무장관도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렉시트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혀 이 같은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그리스는 향후 2년에 걸쳐 정부지출의 115억유로를 줄이고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맞추기로 국외 채권단과 합의한 긴축안을 4년 뒤인 오는 2016년까지 이행하겠다며 기한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경제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긴축을 강행한다면 경제ㆍ사회ㆍ정치적으로 불만이 고조돼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일간 이메리시아는 재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가 긴축기한을 2년 연장할 경우 내년과 2014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1.5%와 2%로 회복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반면 긴축기간 연장에 실패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이 -4.5%에 그치고 2015년까지 플러스 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 경제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되며 올해 성장률은 -6.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긴축기한 연장이 실패하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마라스 총리는 이번주 중 유로존 지도자들과 잇달아 만나 긴축기한을 연장해주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오는 22일(현지시간) 융커 의장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24일과 2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는 공공 부문 임금과 연금 삭감, 공무원 감축 등을 골자로 한 115억유로 규모의 긴축안 가운데 이미 108억유로에 해당하는 긴축안을 확정했으며 나머지 7억유로에 대한 긴축방안도 20일 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독일 슈피겔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리스의 향후 2년간 긴축규모가 당초 알려진 115억유로보다 25억유로 많은 140억유로 규모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도해 그리스 긴축안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