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업계 환차손 눈덩이 근본대책 마련못해

◎정유 8조·해운업계 4조/환율급등세 지속 예상속 정부에 회계기준 변경촉구환율급등으로 환차손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면서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7백원을 돌파하면서 정유를 비롯 비철금속, 해운, 철강업계의 피해는 더욱 심하다. 이들은 『참담하다 못해 경악스럽다』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업체들은 환율이 계속 급등할 것으로 보면서도 원론적인 대책밖에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유=환차손이 8조원을 넘어서면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원유도입을 위해 SK, LG칼텍스, 쌍룡, 한화, 현대정유 등 정유5사가 운영하고 있는 유전스 월평균 잔액은 약74억달러, 시설재 도입에 따른 장기부채가 24억3천만 달러로 총 98억3천만달러의 외채를 안고 있다. 이에따라 환율이 1원 오를때 마다 1백억원 가까운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할때 지난해말 환율이 8백44.20원, 11일 현재 1천7백19원인 점을 감안하면 업계는 올해 8조5천억원의 환산손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유전스 사용분은 가격에 반영해 손실을 커버하고 있으나 환율이 폭등한 10월분 이후의 원유도입으로 발생하는 환차손은 전액 업계가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실정. 업계는 이 금액이 모두 5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는 내년도 경영계획은 물론 자금계획과 매출계획 수립 포기 등 경영전반에서 마비상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환차손은 장기부채에 의한 환차손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유전스 사용에 따른 5조원 이상의 환차손은 전액 올해말 결산에서 적자로 반영될 수 밖에 없어 고심하고 있다. ◇해운업계=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35개 외항선사가 지고 있는 외화부채는 1년이상의 장기외화부채 66억달러, 단기외화부채 21억달러 등 총 87억달러이다. 이중 장기외화부채에 대한 환산손은 11일 환율 1천7백15원을 기준으로 할 때 3조9천4백57억원이며 이는 전체 외항선사들의 자본금 5천5백94억원의 7배에 달한다. 이같은 외화부채를 1년내 상환기일이 도래하는 단기 외화부채를 손익계산서상 영업외비용으로, 장기외화부채는 대차대조표에 자본조정과목으로 계상하는 현행 회계기준에 따라 결산을 할 경우 대부분의 외항선사들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양부도 이같은 업게의 사정을 감안 ▲환차손실을 재무제표에 불계상하고 따로 부기 ▲환율상승분을 취득자산의 장부가액에 계상해 부채와 자산을 동시에 증대시키는 방법 ▲환산손실을 5년간 이연상각 등의 회계기준 변경안을 마련, 재경원과 증권감독원 등을 상대로 협의에 나서고 있다. ◇철강=수입고철을 녹여 철근등 건자재를 생산하는 전기로업체들은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 8일 건설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철강업계의 환차손이 건설업계에 불똥을 튀긴 셈. 철강업체들은 달러당 9백60원을 적정환율로 보고 있다. 인천제철과 동국제강, 강원산업 등 전기로업체들은 생산제품의 90% 이상을 내수판매하는 반면 원자재인 고철은 수요량의 절반이상을 미국 등으로부터 수입, 막대한 환차손을 입고 있다. 이들 업체는 달러당 환율이 1원 오를때마다 하루에 4억∼6억원을 앉아서 날린다. 이들 업체는 현재까지 1천억∼3천억원 가량의 환차손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공=업계의 외화부채는 60억달러로 하루에 달러당 1원이 절하되면 6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하루에 1조원의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다. 항공업계 전체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항공업계는 그러나 항공기 구매를 위한 외화부채는 그 구조상 다른 외화부채와는 성격이 다르며 총 부채중 연간 상환해야 하는 것은 전체의 10% 정도여서 환차손이 환산손의 10% 미만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는 따라서 실제 발생하지 않은 환산손실을 장부에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해 회계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경영상황이 왜곡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민병호·채수종·이학인·한상복·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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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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