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56년만에 배당도 포기한 일본 소니의 추락이 주는 교훈

한때 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했던 일본 소니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소니는 올해 초 PC 사업을 매각하고 TV 사업을 자회사로 떼어낸 데 이어 최근 스마트폰 사업마저 15% 축소하기로 했다. 이렇게 모든 사업 부문이 부진한 탓에 2014회계연도에 무려 2,300억엔(약 2조2,000억 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두 달 전 회사 측이 내놓은 예상 손실액 500억엔보다 5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상장 이후 56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마저 포기할 정도로 지금 소니의 경영형편은 말이 아니다. 스마트폰 사업 축소 소식이 전해진 18일 소니 주가는 한때 13%나 폭락해 도쿄증권거래소가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소니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밝혀 현재 BBB- 등급인 소니 회사채가 자칫하면 정크본드(투기등급)로 취급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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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에 빠진 것은 한마디로 '기술 DNA'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기존 기술에 집착한 나머지 혁신을 주저하면서 삼성·LG·애플 등 경쟁사보다 제품 출시가 늦어져 번번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었지만 소니는 그동안의 성과에 도취돼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았다. 본업이 아닌 영화·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역량을 낭비한 것도 추락을 재촉한 요인이다. 소니를 지탱해온 기술자들은 최근 "더 이상 기술강자가 아니다"라며 회사를 떠난다고 한다.

벼랑 끝에 몰린 소니의 모습은 미국의 견제와 중국의 거센 공세에 직면한 우리 정보기술(IT) 업계의 미래상일 수 있다. 소니처럼 기술혁신을 게을리하면 언제 세계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날지 모른다. 잠시라도 졸면 죽는 게 글로벌 산업계의 냉혹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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