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표소 이모저모] 태안주민들 "심신 힘들지만…"

눈 코 뜰새 없는 방제 작업에도 투표율 지난 대선보다 높아<br>일부 주민들 투표장소 달라져 혼선<br>기표용지 폰카로 찍다 압수당하기도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 후 방제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충남 태안군 주민들이 제17대 대선 투표일인 19일 방제복을 입은 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태안=원유헌기자

19일 치뤄진 17대 대선의 경우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만큼 각 투표소는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오전 12시께 자녀와 함께 투표장을 찾은 김모(43, 양재동)씨는 “표를 행사하지 않을까 하다 아이들과 외식하러 나온 김에 들렀다”고 말했다. 오전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소식에 오후 들어 속속 투표장으로 향한 유권자들도 있었다. 도봉구 쌍문3동 동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주부 최모(53)씨는 “투표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 욕을 하려면 그래도 투표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원유유출사고 피해지역인 태안의 경우 오히려 16대 대선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태안주민 조모(48)씨는 "10여일째 계속되는 방제작업으로 심신이 피곤하지만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기위해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지난해 귀화신청이 받아들여진 중국동포 김모(26)씨는 "선거일마다 투표장에 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며 "한국인으로 거듭나 투표하게 돼 뿌듯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인천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이연임(110ㆍ여)씨가 이날 오전 아들 황창일(66)씨의 손을 잡고 투표소를 찾자 미리와 있던 주민들은 '정정하시다'고 탄성을 자아내며 이씨를 위해 투표순서를 양보키도 했다. 또한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장소가 이전과 바뀌는 바람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양재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은 이모(50)씨는 “2002년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 때는 이곳에서 투표했는데 이번에는 동사무소로 투표장소가 바뀌었다”며 “주소지가 변경된 것도 아닌데 버스를 타고 동사무소까지 가서 투표를 하게 됐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한편 투표소내 촬영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다가 적발되는 등 사건사고도 잇달았다. 수원시 권선구 서평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이모(36)씨는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에 기표를 한 뒤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찍다가 촬영소리를 들은 투표관리관에게 제지를 받았으며 안양의 박모(44)씨는 기표한 투표용지를 촬영하다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기도 했다. 또한 투표를 하기위해 집을 나섰다가 유권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잇달았다. 전남 장흥군 대덕읍 가항리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투표소로 가던 김모(72)씨가 승용차와 부딪혀 숨졌으며 부산의 한 투표소를 찾은 이모(54)씨는 투표대기중 갑자기 쓰려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아울러 고양시 한 투표소에서는 날인이 안된 투표용지가 80여장이 배부돼 혼란을 빚기도 했으며 전북지역 한 투표소에서는 술병과 흉기를 소지한 30대가 '아내가 말도하지 않고 먼저 투표하러 갔다'고 고함치며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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