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콘텐츠 산업의 '생각 뒤집기'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내 대학 강연에서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중국에서는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주인공들이 즐겨 먹던 '치맥(치킨+맥주)'이 새로운 음주 문화의 열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치킨·맥주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윤활유가 됐다.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인들의 외식문화까지 바꿔 가며 중국 내 한류 문화에 다시 불을 지폈다. 나아가 드라마 속 소품 등을 이용한 전시 체험전과 드라마 포맷 수출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갈수록 커지는 문화 콘텐츠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처럼 콘텐츠의 파급력이 산업 영역을 지배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 전쟁 이후 산업화 시대에서 1990년대 지식 정보화 시대로 패러다임 시프트하며 무한한 디지털 공간을 채울 콘텐츠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식 콘텐츠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중요한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최우선 국정 운영 전략인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 산업이 바로 콘텐츠 산업이다. 어떤 산업과도 융합될 수 있는 콘텐츠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좋은 콘텐츠-제품 수익간 균형 중요


그렇다면 콘텐츠란 무엇일까. 핵심 산업으로까지 분류돼 육성되고 있지만 콘텐츠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관련기사



일반적으로는 영화·드라마·게임·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 장르를 포괄해 콘텐츠라고 하고 이를 활용한 산업을 콘텐츠 산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을 보다 폭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 멀티미디어를 채우는 무형적인 것에서 출발해야 된다고만 생각하다 보면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산업과의 융합 가능성이 사전에 차단될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스토리를 부여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제품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는 모든 사물이나 서비스가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완구 '또봇' 자체도 플라스틱으로 표현된 콘텐츠다. '레고무비'처럼 대형자본을 통해 세련되게 탄생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놀이인 구슬치기나 팽이도 새롭게 재해석될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다만 훌륭한 콘텐츠도 무조건 마케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각 산업영역에서 콘텐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질 좋은 콘텐츠와 제품의 수익 모델 간 밸런스가 중요하다. '별에서 온 그대'의 경우처럼 질 좋은 콘텐츠가 인기 모으고 그로 인해 드라마에 등장하는 제품 판매가 증가하는 수익 모델이 가장 일반적이다. 단 이와 같은 경우는 콘텐츠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에는 성공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고 콘텐츠 성공이 반드시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투자를 한 기업 제품의 지나친 간접광고(PPL)로 극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제품과 콘텐츠가 모두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콘텐츠의 질을 보다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과도한 투자를 받다 보면 투자자에게 맞춘 콘텐츠밖에 만들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한계는 투자 수익창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투자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유행만을 좇다 보면 이야기의 차별화나 문화적 특징이 사라지게 되고 콘텐츠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성과 특별함이 결여된 그저 그런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일반화'에 빠져 생산자 스스로 '레드오션'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짜임새 있으면서도 차별화된 스토리가 없다면 시각적으로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다워도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유행 좇지 말고 스토리 차별화해야

전통 제조 산업으로 분류됐던 해외의 유수 완구기업이 지금처럼 사회초년생이 입사하고 싶은 콘텐츠 기업으로 선망받게 된 것은 이러한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전통의 굴레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차별화된 스토리와 함께 지속적인 인식 전환이 있어야 콘텐츠 산업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