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벤처기업의 「텃밭」이 무너지고 있다. IMF 체제 이후 대형 정보기술 프로젝트가 크게 줄어들자 대기업들이 그동안 벤처기업의 영역이었던 수천만원대 소규모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 LG-EDS시스템, 현대정보기술, 쌍용정보통신, 대우정보시스템 등 대형 정보기술 업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대규모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따내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올들어 수주가 어려워지자 수억원대, 심지어는 수천만원대 「잔챙이」 사업도 뛰어들고 있다.
벤처기업의 텃밭 가운데 대기업이 노리는 대표적인 분야는 기업이나 기관의 사무 소프트웨어인 그룹웨어. 사업 규모로 보나 업무 성격으로 보나 전통적인 벤처기업 품목이었다. 실제로 그동안 이 시장을 개척한 주역도 핸디소프트, 나눔기술, 한국기업전산원같은 정보기술 벤처기업이다.
그러나 삼성을 비롯해 쌍용, 대우, 현대, 포스데이타 등 대기업이 올들어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벤처기업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행정자치부가 이 분야 최대 시장인 각 지방자치단체에 들어갈 그룹웨어로 대기업제품을 선정하는 바람에 벤처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멀티미디어교실 종합기록부 전산화등 전형적인 벤처기업들의 영역이던 초·중·고 학교정보화 사업도 현대 등 대기업의 표적이 되고 있다.
대기업은 특히 직원 서너명이면 할 수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다. 최근 벤처기업인 C社는 S社의 멀티미디어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사업에 입찰제안서를 냈다가 아이디어만 도용당하고 말았다. 대기업인 S사가 관계사인 다른 S사에 사업권을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최소한 정부가 발주한 프로젝트라도 벤처기업을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균성·김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