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조짐… 전세계 발칵 뒤집히나
그렉시트 한숨 돌렸지만 스패닉 공포 고개■ 유로존, 그리스 구제금융 61조 내달 지급스페인 은행 악성부채15개월 연속 늘어나고국채상환 규모 눈덩이그리스도 아직 낙관 일러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국고가 바닥을 보이며 벼랑 끝에 몰렸던 그리스가 다시 한번 시간을 벌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과 국제통화기금(IMF)ㆍ유럽중앙은행(ECB) 등 일명 '트로이카' 채권단은 그리스에 최대 437억유로(61조5,000억원)의 3차 구제금융을 다음달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당초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은 지난 6월 지급될 계획이었으나 두 차례에 걸친 총선과 이에 따른 정치권의 합의지연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6개월이나 미뤄졌다.
이번 합의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의미하는 '그렉시트(Greece+Exit)' 우려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음 차례는 스페인이 될 것이라는 '스패닉(Spain+Panicㆍ스페인의 유로존 이탈)' 공포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스페인 전면 구제금융이 관건=사실 스페인의 현재 상황을 들여다보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불거졌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뚜렷하게 개선된 점을 찾기 어렵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7월 스페인 은행에 최대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으나 '누가 어떻게' 돈을 빌려줘야 하느냐를 두고 여전히 기술적으로 복잡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는 사이 스페인 시중은행의 악성부채는 9월 현재 전체 여신의 10.9%인 1,822억유로까지 늘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언제 부도를 내도 이상하지 않은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스페인 정부의 '전면 구제금융' 신청 여부도 관건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9월 무제한 국채매입을 선언하면서 "(스페인 등) 국채매입을 원하는 나라들은 유로안정화기구(ESM) 등에 구제금융을 정식으로 요청하라"고 단서를 달았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먼저 백기를 들면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경우 성난 국민들의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는 라호이 총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눈치를 보며 차일피일 구제금융 신청을 미뤄왔다. 7월 7.5%선을 넘겼던 10년물 국채금리가 ECB의 개입선언 이후 최근 5.6%선으로 떨어진 것도 이 같은 '자신감'에 배경이 됐다.
하지만 글로벌 투기자본의 창 끝이 스페인을 향할 경우 현재의 낙관적인 상황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내년 스페인의 국채상환 부담액은 2,070억유로로 올해의 1,860억유로보다 오히려 더 많아 언제든 디폴트의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있다. 루이스 마리아 린데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세수감소에 따라 올해 6.3%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를 지키지 못할 것 같다"고 실토했다.
◇그리스도 낙관 일러=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그리스 역시 완전히 상황이 해제된 것은 아니다.
특히 400억유로에 달하는 채무탕감 방식이 문제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채권단은 그리스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거나 일부 국채수익을 돌려주는 방안, 국채 바이백(환매)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두루 검토 중이나 여전히 일부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단순히 채무구조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찰스 댈러라 국제금융협회(IIF) 소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경제는 여전히 극단적으로 취약하다"며 "빚을 탕감하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