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의 첫 내각에서는 상당한 파격이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많은 눈길을 끌고 있다.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법무부장관에 처음 여성으로서 40대인 강금실씨가 선임된데다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은 기초단체장 출신으론 역시 첫 장관에 올랐다. 또 영화감독 출신인 이창동 문화부장관, 삼성전자 대표 출신의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초고속승진을 기록한 김진표 경제부총리 등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무현정부 첫 내각의 `파격중 파격`으로 평가받고 있는 강금실 신임 법무장관은 남성이 주도해온 법조계에서 타고난 강골로 여러 가지 신화를 만들어온 인물이다. 그는 서울지역 첫 여성 형사단독판사, 첫 여성 법무법인 대표, 첫 여성 민변 부회장 등 `첫`이라는 수식이 붙는 기록의 제조기다.
75년 2월 경기여고 문과를 수석 졸업하고 서울 법대에 진학한 강 변호사는 23회 사법고시에 합격, 법조계에 입문했다. 5ㆍ6 공화국 시절에는 불법시위 혐의로 검거된 학생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하는 소신판결을 거듭했다. 94년 서울민사지법 판사 재직시 소장판사들의 `사법개혁건의서`를 당시 김덕주 대법원장에게 전달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96년 서울고법 판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개업, 민변에 가입한 뒤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초에는 벤처기업 컨설팅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지평을 설립, 불과 2년만에 변호사 60여명을 거느린 중견 로펌으로 키워내는 사업수완도 발휘했다. 운동권 출신인 김태경씨를 만나 결혼했으나 지금은 이혼한 상태다.
민선 남해군수 출신인 김두관 신임 행정자치부장관은 기초단체장 출신으론 최초의 행정자치부 수장에 올랐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격`으로 꼽힌다.
청년시절 재야단체인 민통련, 농민회와 민중의당 활동을 거쳐 남해신문을 창간하는 등 고향을 떠나지 않고 활동을 하다 지난 95년 37세로 남해군수에 당선돼 전국 최연소 기초단체장을 기록했다.
개혁과 자치를 내걸고 당선된 김군수는 군청내 기자실을 폐쇄하는 등 언론과의 전쟁을 벌였고 관사를 헐어 공원을 만드는가 하면 인사청탁을 해온 직원에 불이익을 주는 등 파격적이고 개혁적인 행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남해를 환경시범도시로 만들었다.
군수 재선후 지난해 무소속으로 도지사 도전에 실패한 뒤 당시 노무현 민주당대통령 후보의 권유로 입당, `노풍`을 경남에서 재점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진대제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은 13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스톡옵션 및 연봉을 포기하고 내각에 입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신임 장관으로 내정된 진 장관은 우선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으로 근무할 때 받았던 연봉 50억여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특히 불과 보름차이로 14만주의 스톡옵션 행사 권리가 무용지물이 됐다. 진 장관은 2000년 7만주(행사가격 27만2,700원), 2001년에도 7만주(행사가격 19만7,100원)를 받았으나 각각 내달 17ㆍ10일부터 권리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가 28만4,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80억원 가량의 현금을 허공으로 날린 셈. 현재 장관직 연봉은 8,000만~9,000만원에 불과하다.
문화관광부 장관에 선임된 현역 영화감독 이창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교사와 소설가 경력을 지니고있다. 그는 교사시절인 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에 소설 `전리`가 당선돼 등단했다.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운명에 관하여`, `녹천에는 똥이 많다`로 이상문학상 우수상과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았다. 93년 영화계에 진출한뒤 96년 `초록물고기`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박하사탕`으로 카를로비바리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오아시스`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각각 수상함으로써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자리잡았다.
그가 문화관광부 장관에 발탁된 것은 문학과 영화를 통해 보여준 예술적 성취뿐 아니라 개혁성향을 가진 젊은 영화인들과 스크린쿼터 사수운동을 펼치며 한국영화의 부흥을 주도하는 등 현실참여의 자세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노사모 활동에 적극 나섰던 것도 발탁 배경이 됐다.
김진표 부총리의 임명을 바라보는 과천 관가는 `초고속 승진이 부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 차관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후 지난해 7월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지 7개월만에 부총리에 오른 기록은 당분간 재연되기 힘들 것이라는 게 공무원사회의 부러움의 감정이 섞인 평가다.
특히 국장급 이하 젊은 공무원들은 “40,50대가 핵심경제부처의 수장을 맡았던 적이 경제도 잘 풀렸다”며 김 부총리의 취임을 계기로 공무원 사회에 새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경제 사회 정보과학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