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자연재해 예방하자

자연재해는 어쩌다 한번 발생하는 현상으로도 수천ㆍ수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다. 지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대규모 지진해일을 일으켜 인접 11개 국가에서 무려 28만여명이 사망했다. 수개월 또는 수년간의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비교해볼 때 단 한순간 발생한 이벤트로 이 정도의 사망자가 발생한 걸 보면 그 위력을 가늠할 수 있다. 내륙에서 발생하는 강풍ㆍ집중호우ㆍ폭설ㆍ폭염ㆍ한파 등도 두려운 자연 현상이지만 태풍ㆍ해일과 같이 바다에서 발생하는 자연 현상은 한번 발생하면 그 파괴력이나 피해 범위가 더욱 엄청나다. 이 중 태풍은 국민들에게 그 위력이 잘 알려져 있다. 태풍이 발생해서 우리나라 부근으로 접근하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일이다. 바닷물이 넘쳐 해안가에 피해를 주는 해일은 해저에서 지진이 발생하거나 바다에서 강한 바람이 불 때 발생한다. 지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지진해일보다 폭풍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바다에서 강한 바람이 부는 빈도가 해저에서 발생하는 지진 발생 빈도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폭풍해일은 천문 현상이나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높아진 상태에서 강한 바람이나 다른 외적인 힘이 가해질 때 발생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대기에서는 온도가 높아지고 해양에서는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백년 안에 60cm 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바닷물에 잠겨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세계 약 12억의 인구가 바다에서 100m 이내의 해안가에 살고 있다. 만일 해수면이 올라간다면 폭풍이나 태풍이 올 때 그 피해 범위가 훨씬 더 커지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 전세계 폭풍해일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여 현재 각국의 폭풍해일 위험성을 진단하고 미래에 있을 폭풍해일의 변화를 전망해 이에 대한 예보기술 향상 방안과 대응체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정부간해양위원회(IOC)가 공동으로 미래의 폭풍해일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손을 잡았고 그 첫 국제 심포지엄이 10월2일부터 6일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는 미국ㆍ영국ㆍ캐나다ㆍ프랑스 등 26개 국가와 국내 전문가 150명이 참석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했던 미국 뉴올리언스의 재건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육군 기술문관인 도널드 레이시오 씨는 “폭풍해일은 더 이상 자연현상에만 머물지 않는 사회적 현상”이라며 “재난을 막기 위해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카트리나 발생 전까지 폭풍해일과 관련된 연구예산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큰 재앙을 겪고 나서 미국 정부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 다양한 자연재해를 연구하는 데 아낌없이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고 한다. 사실 전세계 많은 정부의 정책은 이렇게 결정된다. 정부가 지원해야 할 수많은 사업은 다 나름대로 중요성이 있지만 투자에는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정책적 판단으로 결정된다. 예상하지 못한 큰 피해가 발생하여 국민의 여론이 그곳으로 집중되고 나서야 여론을 반영하게 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러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언제 발생하지도 모를 폭풍해일이 해안가를 덮칠 수 있는 나라며 이 곳에 우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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