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은행산업 미래를 준비하자

[시론] 은행산업 미래를 준비하자 최근 2~3년 동안 우리나라 은행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자산규모 또한 크게 늘어나는 등 외형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총자산이익률(ROA)이나 부실여신비율 등 경영지표들도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은행 산업을 둘러싼 최근의 외부환경 변화와 은행산업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미래가 그렇게 밝아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우선 안을 들여다보면 전통적인 영업 방식인 예대업무를 통한 수익창출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에는 인기 많은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예금을 찾겠다는 사람들로 붐빈다. 예금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지만 은행들은 외형확대 경쟁을 벌이면서 대출 재원을 특정 분야로 급격히 쏟아 붓는 이른바 ‘쏠림현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다 외형 경쟁을 위한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예금 보다 조달금리가 비싼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성 자금조달 규모를 확대하는 추세다. 예금은 줄고 은행채ㆍCD는 증가하는 등 은행의 자금조달 구조가 안정성을 잃어가면서 수익성을 보여주는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은 지난 2005년 이후 계속 하락하는 중이다. 최근의 영업실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눈을 돌려 밖을 보면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화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계속되면서 환율ㆍ유가 등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등 리스크가 확대되는 실정이다. 안팎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나라 은행산업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미래의 지식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은행들이 대내외 경영 환경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시점이나 최근까지도 은행들은 단순대출업무 중심의 영업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익의 대부분을 대출이자 수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단순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수익원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으로의 진출과 투자은행(IB) 업무ㆍ파생상품 등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업무영역을 다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 등 업무영역 다각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흡수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도 철저해야 한다. 특히 기존 영업 부문의 내실을 다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해외시장 진출이나 업무 다각화를 추진할 경우 오히려 화(禍)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그동안 급격히 증대된 대출 부문의 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내년부터 시행하게 되는 바젤II를 조기에 정착시켜 리스크 관리가 시스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영 전략적 측면에서도 무리한 외형확대를 추구하기 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격화되고 있는 대내외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초체력 강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은행예금 이탈과 고원가성의 시장성 자금조달 확대가 구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 자금조달 구조의 안정성과 자산운용의 수익성이 확보될 수 있는 수준의 합리적 자산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1997년 11월 눈물의 비디오로 알려진 은행 직원들의 대규모 퇴직 사태가 발생한지 어언 십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은행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룬 것은 어쩌면 이들의 눈물이 밑거름이 된 것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선배들의 눈물을 발판 삼아 오늘을 사는 은행산업의 임직원은 후배들에게 보다 희망찬 내일을 물려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은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저돌적인 몽골기병대 정신보다는 주위를 세심히 둘러보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장애를 극복하고 내실을 다져나가는 지혜가 은행의 영속성을 위해 더 필요한 때이다. 입력시간 : 2007/12/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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