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가슴 혹은 복숭아?‘ 터질듯 탱글탱글한 선홍빛의 형상을 두고 남성의 성기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다른 누군가는 여성의 봉곳한 가슴, 또는 둔부를 연상하기도 한다. 혹은 잘 익은 복숭아 같다는 이도 있다. 작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호그빗(Hoggbit)’이라고 설명한다. 역삼동 갤러리 로프트에이치(Loft H)에서 열리고 있는 여류작가 박은영(29)씨의 개인전 풍경이다. 호그빗은 거세된 수퇘지(hog)와 집토끼(rabbit)을 합성한 이름으로 본능인 생식능력을 잃은 돼지와 내달릴 수 없는 토끼를 통해 이질적 문화의 충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배회화는 인간 내면의 갈등을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작가는 “‘호그빗’을 보고 남성의 성기나 여성의 가슴을 연상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놀랐다“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린 것은 아니지만 감상자의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은 가능하고, 그것은 곧 보는 이의 감성과 경험, 문화의 반영이다”라고 말했다. “문화에 따라 종교의식이 성행위나 전쟁의 위협으로 보일 수도 있더라”고 덧붙이는 작가는 다양함이 교류하는 복합문화 시대에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것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방향성을 잃고 구부러지거나 녹아내리듯 휜 화살표를 통해 은유하고 있다. 한편 예전 갤러리 소미가 재개관 한 로프트에이치는 작가 중심의 신개념 아트페어 ‘블루닷아시아’를 기획한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와 연계해 신진작가 기획전을 중점적으로 펼쳐보일 계획이다. 이번 재개관전은 24일까지. (02)567-6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