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에서 "엘니뇨 현상과 관련한 이슈가 불거지며 국제 농산물 가격이 1월 말과 비교해 15% 가까이 상승했다"며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농산물 관련 펀드나 종목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최근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기상청을 중심으로 엘니뇨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호주 기상청은 "지난 몇 주간 적도 태평양 수면 아래 온도가 상당히 따뜻해졌다"며 "이는 수개월 내 해수면 온도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내포한다"고 11일 밝힌 바 있다. 미국 기상청(NOAA)도 6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에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고 내다봤다.
엘니뇨란 적도 동태평양 해역의 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이상 기온 현상을 말한다. 장기간 지속되는 이상 고온 상태에 따라 연안 인근 지역에서는 홍수나 가뭄 등의 이상 기후가 나타나게 된다. 농산물 생산량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엘니뇨 현상 우려가 깊어지자 국제 농산물 가격은 급격한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곡물 가격 지수는 올해 1월29일을 기점으로 14.8%나 급등했다. 주요 곡물인 밀과 옥수수의 투기적 매도 포지션은 급격하게 감소 중이다. 투자자들이 두 곡물 가격의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국제 곡물 지수는 엘니뇨 현상과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던 2010년과 2012년에 S&P 곡물 가격 지수는 전년 말과 비교해 각각 29.4%, 16.0% 급등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덩달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관련 펀드나 종목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농산물 가격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관련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농산물 관련 종목을 골라 직접 투자하는 방식도 있다. 조 연구원은 "이상 기후에 따른 공급 감소 문제가 생기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증가시키는 고민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농기계·비료·종자·농약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농산물 관련주는 10개 정도다. 효성오앤비·KG케미칼·남해화학·조비 등은 비료 관련 기업이고 경농과 성보화학은 농약을 생산한다. 농우바이오는 종자를 개발해 생산,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농기계 업체로는 아세아텍·대동공업·동양물산 등이 꼽힌다.